"高유가, 세계경제 위협" 공감

원유증산 불투명·이라크 부채탕감 합의 실패
亞 유연한 환율정책 도입도 오랜시간 걸릴듯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번 워싱턴 연차회의에서 앞으로 세계 경제 회복의 가장 큰 장애물은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있는 국제 유가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여기에 공동 대처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또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유연한 환율정책 도입을 요구하며 실질적인 평가절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 이라크 등 최빈국에 대한 부채탕감에 국제사회가 공동보조를 취해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회담의 3대 주요 의제인 원유증산과 환율제도 변경, 부채탕감 등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실질적인 성과 도출 없이 원론적이고 선언적인 수준에 그쳐 실행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유가가 세계 경제 위협에 동감=IMF는 국제사회가 유가안정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IMF는 고유가가 소비지출 감소, 기업생산성 저하,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 등을 통해 경기 회복에 족쇄로 작용할 것이라며 세계 경제성장률도 고유가 영향으로 올해 5%에서 내년에는 4.3%로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와 G7은 유가안정의 열쇠는 OPEC 등 산유국의 시설투자에 따른 증산에 달려 있다며 산유국들의 추가생산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OPEC 회원국들은 이미 정해진 쿼터를 넘어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회원국들은 고유가의 원인은 공급부족이 아니라 테러불안과 투기적인 수요에 기인한다며 증산에 대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등 변동환율 전환은 장기과제=G7은 이번 회의에서도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환율정책이 시장 친화적이지 않다”며 평가절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성명서의 내용과 강도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존 스노 재무장관이 이번 G7 재무회담에서 중국의 환율제도 변경속도에 불만을 표시하며 “중국 위앤화의 달러 페그제가 가능한 한 빨리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IMF도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지만 중국의 평가절상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인민 은행장은 “외환시장의 수급 변화에 좀더 적응할 수 있게 되면 위앤화 환율에 융통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위앤화 평가절상에는 시간이 걸릴 것임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라크 부채탕감 도출 실패=1,200억 달러에 달하는 이라크 부채탕감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했다. 그저 연내에 해결하자는 선언적 의미에 그쳤다.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독일, 일본 등 19개 채권국으로 구성된 파리클럽 회원국들간에는 이라크 부채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600%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즉각 90% 이상 삭감하자는 미국 및 영국의 제의와 우선적으로 50%만 면제하자는 프랑스와 독일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