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북핵문제 보는 외부의 시선

예술의 전당이 기획해 오는 11월 상연 예정인 베르디의 오페라 ‘돈 카를로’에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오페라 가수 리처드 마지슨이 주연을 맡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마지슨이 개인사정을 들어 방한 일자를 자꾸 늦추는 게 아닌가. 당황한 예술의 전당 측이 그 이유를 물었더니 마지슨은 북핵 문제 때문에 한국에 오는 것이 염려스럽다고 실토했다. 돈 카를로의 주연 가수가 갑자기 바뀌게 된 사연이다. 북한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여당 의장이 북한을 방문해 화기애애한 춤판을 벌이고 온 마당에 마지슨의 유난스러움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한국을 잘 모르는 한 외국인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에 부임하는 일부 외국인 임원들 중에는 ‘위험수당’을 받는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안팎의 시각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금융시장의 움직임도 유사한 면을 보인다. 국내 금융시장은 북한 핵실험 직후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당일 오후 기대 이상으로 버텨주었던 주식시장은 이제 핵실험 이전보다 올라 있다. 채권시장과 외환시장도 평온하다. 그러나 눈을 해외로 돌리면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 금융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영국계 보험사인 로인드는 북한 주변을 위험수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한국을 오가는 선박들이 추가로 보험료를 낼 경우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한국의 단기외채 금리도 북핵 이후 올랐다. 해외에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다 보니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워지게 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북한 핵실험 소식이 가져온 리스크가 잘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북핵이 한국을 바라보는 핵심 이슈”라고 전했다. 외부의 불안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평온함을 유지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일시에 불식시킬 수 있는 마땅한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내부의 안정은 적절한 처방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외의 시각에 무감각해서는 안 된다. 결국 북핵 문제로 고조된 지정학적 리스크는 앞으로 한국 경제를 무겁게 짓누를 요인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