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기관 성공 여부 시험대,,, 상업은행, 투자은행, 보험사, 증권사 아우르는 복합 서비스 갖춰야,,, 금융기관간 통합은 다양한 서비스 제공 위한 방편 불과,,, 최근 금융시장 불안은 아시아 등 신흥시장 투자 기회 “한국 금융기관이 국제무대에서 성공하려면 상업은행ㆍ투자은행ㆍ보험사ㆍ증권사 등을 아우르는 복합 서비스를 갖춰야 합니다.” 스탠다드차터드은행의 니컬러스 콴 아시아 지역 리서치헤드는 “앞으로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 간 통합은 단지 자산이나 외형을 불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다양하고 수많은 시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방편”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과의 통합도 활발해질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콴 리서치헤드는 “한국 금융기관들은 지금 해외 기관들과의 경쟁에서 고객의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며 “부가가치 극대화를 위한 노력과 해외 금융기관들에 대한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개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아시아 시장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견해를 유지했다. 그는 “아시아 자산가격은 아직 본격적인 버블 국면에 진입했다고 볼 수 없고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은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오히려 장기적인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시장은 빠르게 글로벌화하는데 각국의 규제는 국지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언젠가 금융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에서 아시아 경제 및 금융시장을 조망하는 콴과의 인터뷰는 e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외환위기 발생 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서구 선진 금융기관들에 비해 아직도 취약한 부분을 꼽는다면. ▦금융시장이 점차 차별화ㆍ특화되고 각국의 경제발전 단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서로 다른 국가의 금융기관들을 단순 비교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대체로 아시아 금융기관들은 상대적인 규모가 작고 기술체계나 상품의 정교함에서 다소 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서구에 비해 자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시아 경제권은 상대적으로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데 비해 금융시스템은 덜 발달돼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및 금융기관들의 성장속도도 서구보다 대체로 빠른 편이다. 뒤늦게 국경 간 거래 및 해외사업에 뛰어들었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험도 적지만 이들 중 몇몇은 벌써 서구 금융기관들을 따라잡고 있다. -글로벌스탠더드를 기준으로 평가할 때 한국 금융기관들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수많은 민간은행들이 흡수합병됐고 그 결과 한국의 은행은 수적으로 줄어든 반면 규모와 체질은 강화됐다. 은행 부문의 통합에서 한국은 다른 많은 시장을 앞서고 있다. 다만 앞으로 경쟁력은 어느 특정 금융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소비자의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더 다양하고 많은 시장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ㆍ보험사ㆍ증권사, 그 밖의 투자기관의 기능을 아우르는 복합 서비스가 요구된다. 때문에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 간 통합은 이제 단지 자산이나 외형을 불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이뤄질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은 앞으로도 은행들과 다른 금융 부문 간의 통합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금융기관들의 최대 강점과 약점은 각각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국 금융기관들은 한국 고객들을 잘 이해하고 그 수요를 매우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하지만 국내외 시장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금융기관들과의 경쟁에서 이 같은 강점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가장 큰 과제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제기되는 더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고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 한국 금융기관들을 성공으로 이끄는 관건이 될 것이다. -최근 한국 금융기관들의 해외 진출이 잇따르고 있는데 해외시장 진출시의 유의점과 성공 전략을 제시한다면. ▦해외시장 진출이 복잡하고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지만 성공 펀더멘털은 어느 시장에서나 같다. 그 시장과 특정한 수요를 이해하고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념 자체는 매우 단순하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 금융기관은 대다수 아시아 금융기관처럼 꾸준히 체질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무리 시장이 글로벌화되고 있다고 해도 대다수 감독기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역적인 특색을 유지한다.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것이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된다. -근래 신흥시장 증시 과열과 자산가격 버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견해는. ▦최근의 시장불안이 부각되기 전까지 아시아 자산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거나 근접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 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여전히 이전 최고치 대비 10~70% 낮은 수준에 그쳤다. 몇몇 아시아 경제권의 자산가격이 급등했어도 소득이나 임대료와 비교하면 기존 최고가 대비 20~30% 떨어지는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 대출로 대표되는 아시아 각국의 레버리지 역시 이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아시아 자산가격은 아직 본격적인 버블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투자는 리스크를 수반하게 마련이다. 주기적으로 시장이 조정을 받는 것도 일반적이고 때로는 투자자들이 펀더멘털과 보조를 맞추게 해주는 건전한 현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최근의 불안한 글로벌 시장과는 적절한 균형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리스크 선호성향이 조정을 받고 글로벌 자산과 신용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일부이자 최근 투자자들의 선호 대상이던 아시아 역시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았지만 이전부터 강한 조정압력을 받았던 일부 시장을 제외하면 아시아 자산시장과 경제의 펀더멘털은 대체로 탄탄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시장불안과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재평가는 아시아 및 신흥시장에 매력적인 장기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제2의 금융위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위기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최근의 글로벌 신용 및 자산시장의 혼란은 새로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과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 아시아의 성장 저해 리스크를 급속도로 확산시켰다. 앞으로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을 피할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빠른 속도로 글로벌화되는 와중에도 규제는 철저하게 기존의 국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 괴리를 해소하지 못하는 한 위기를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그것이 글로벌 시장에 치명적인 위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글로벌 커뮤니티, 특히 각국 중앙은행들이 적절한 시기에 공동보조를 취하는 점을 볼 때 최근의 시장불안이 곧바로 커다란 글로벌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아직은 글로벌 시장 불안의 피해를 최소화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다. 또한 지난 1997~1998년 당시처럼 아시아가 최대 피해자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불안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금융시장의 기반은 신뢰성이다. 투명하고 명확한 규정에 근거를 둔 시스템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서브프라임 시장이나 엔캐리 트레이드 등 구체적인 리스크의 실체와 특정 시장 부문 및 시장 참가자들의 리스크 노출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 현재 시장불안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물론 미국의 모기지나 크레디트, 자산시장, 경제 펀더멘털 등 더 광범위한 기준으로 본다면 정보 접근성은 충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 서브프라임과 엔캐리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그와 관련된 주요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시장은 안정을 찾을 것이다. -최근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지금까지 한국에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는 상당한 규모에 달한다. 사실 스탠다드차터드은행도 한국 금융 부문에 가장 많은 해외 투자를 단행하는 한국의 주요 외국인 투자가이다. 제일은행 인수 이후 스탠다드차터드의 투자규모는 6,000억원에 달한다. 투자 결정을 내릴 때는 고용ㆍ세금ㆍ생활수준ㆍ비용구조ㆍ규제환경ㆍ시장접근성 등 수많은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전반적인 추세를 설명하기 위한 특정 요인을 짚어내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은 외국계 기업들에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특정 산업의 한국 투자를 겨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세계 각국 간에 치열한 FDI 유치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잠재적인 투자자들은 투자 대상국의 경영환경과 인센티브를 상대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한국은 FDI를 유인하는 과정에서 숙련된 노동력과 강한 인프라 등 상대적인 이점을 부각시키고 타깃으로 삼는 부문의 유치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고객을 위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또한 선진 기술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해외 금융기관들에 대해 더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아울러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 니컬러스 콴은 누구? 니컬러스 콴은 지난 2005년 8월 스탠다드차터드은행에 합류해 서울과 방콕ㆍ홍콩ㆍ자카르타ㆍ상하이ㆍ싱가포르 등 각국의 이코노미스트들을 이끌며 아시아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지역 리서치 담당 헤드를 맡고 있다. 스탠다드차터드에 근무하기 전에는 메릴린치를 거쳐 7년 동안 홍콩의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 기능을 겸하는 홍콩금융국(HKMA) 선임 경제학자로 거시경제와 정책 연구를 담당했다. 그는 특히 국제결제은행(BIS), 동아시아ㆍ대양주 중앙은행 임원회의(EMEAP) 등 국제기구 관련 정책 이슈에 관한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메릴린치에서는 5년간 싱가포르와 홍콩을 거점으로 한국부터 인도에 이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아시아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경력을 쌓기도 했다. 메릴린치에서 중국리서치팀을 설립하고 중국 최초의 글로벌펀드와 H주식ㆍB주식 발행 업무 등을 담당했던 것도 그의 주요한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콴은 홍콩 중문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영국 워윅대학에서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이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