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이 다 돼 간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참여`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소외받던 계층의 참여가 늘어났는지 국정 운영이 과거와 뭐가 달라졌는지 실감나지 않는다. 음률대로 작명하자면 참여정부보다는 `참회(懺悔)정부` 쪽이 어울릴 것 같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해명이 이토록 많았던 정부도 없었다.
국민들에게 잘못을 솔직히 고백하거나 해명하는 일은 높이 살만한 일이다. 역대 정권은 그렇게 못했다. 총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거나 권위를 내세워 웬만한 `부정과 비리`는 알려지지 못하도록 했던 시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최고통치자의 잇따른 해명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슷한 해명이나 사과가 되풀이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직접 설명한 세 건의 사과 또는 해명에는 공통점이 나온다. 측근의 금품수수의혹과 친인척의 재산형성, 민주당 대선자금 모금 과정에는 하나같이 돈이 개입돼 있다.
대통령을 괴롭힌 주변의 스캔들이 범법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금품에 얽히고 떳떳하지 못한 일들이 연이어 터진다는 사실 그 자체다. 이 대목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시절 발언이 기억난다. `내가 깨끗하다고 만은 할 수 없지만 상대후보처럼 범법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이를 믿은 국민이 그렇지 않은 국민보다 조금 많았다. 상대적인 도덕적 우월이 참여정부 출범의 밑바탕인 셈이다.
출범의 커다란 축을 제공했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라있는 데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자기반성 노력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도덕적`이란 말은 `덜 더럽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참여정부의 핵심은 도덕적 우월의식과 오만감에 빠져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측근 뿐 아니다. 검찰의 출두 요구를 무시하는 여당 대표와 대선 자금을 둘러싼 대통령의 해명도 같은 맥락이다. `모두가 더러운데 나만 피해를 볼 수 없다`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
자기성찰이 없는 `해명과 사과`는 위험하다. 똑 같은 잘못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참여정부로 다시 나려면 참회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참회를 하게 될지 모른다. 문민ㆍ국민ㆍ참여정부의 본질은 문맹(文盲)ㆍ궁민(窮民)ㆍ참회(懺悔)정부라는 말 장난이 단순한 언어적 유희로 들리지 않는다. 국민은 고달프다.
<권홍우(경제부 차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