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전품 에너지효율 기준 강화"

내년부터 최소효율 등급 낮춰 年119조원 절약 기대
美·유럽 재계 불만…국내 업체에도 큰 영향 미칠듯


유럽연합(EU)이 가전제품에 대해 보다 강력한 에너지 효율기준을 적용하는 법안마련을 추진중이다. 이 법안이 실행되면 유럽으로 수출되는 모든 가전제품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에 국내 가전업계에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오는 2020년까지 지역 내 에너지를 20% 절약하기 위해 가전제품에 대한 에너지 효율기준을 새로 제정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보일러와 컴퓨터, 세탁기, 에어컨 등 14개 품목의 최소 에너지 효율 등급이 낮아진다. 특히 TV를 비롯한 가전제품의 '예비 모드'로 인한 전력소모도 규제된다. 따라서 TV의 전원 대기 설정이나 컴퓨터 및 순간 온수기 등의 에너지 효율 등이 모두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된다. 또 내년부터 신축 혹은 개축되는 빌딩에도 에너지 효율화 의무가 적용되며 오는 2012년까지 자동차 공해 배출 허용치를 낮추는 내용도 포함된다. 앤드리스 피벌그스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에 투자해야겠지만 이를 통해 연간 1,000억유로(약 119조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U가 에너지 효율강화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유럽 국가 자체적으로 환경기준을 강도 높게 적용해 온데다 ▦다른 나라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 높아지고 있다는 위기의식 ▦교토의정서의 탄소배출 허용 기준치를 맞추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집행위는 핀란드 라티에서 EU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날인 오는 19일 에너지 효율화 방안을 자세히 공개하고, 이어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은 EU 회원국의 승인을 받으면 효력이 발생한다. 집행위는 에너지 효율화 법안이 궁극적으로 자동차와 가전 등 핵심 에너지 소비산업에서 국제 표준이 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역내에 수출하는 전세계 모든 기업이 이를 준수토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한편 법안이 실행될 경우 EU의 환경기준 적용강화에 불만을 가져온 미국이 강하게 반발할 전망된다. 유럽 재계에서도 즉각 불만을 표시했다. 유럽 백색가전 협회 사무총장인 멜리 루지는 "업계도 지난 10년 동안 자발적으로 노력해 전력 소비를 대폭 줄이는 등 나름대로 노력해왔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집행위가 마련한 강경한 방안이 확정되면 그야말로 '죄수복'을 입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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