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전에는 정석이 따로 없다. 정석은 귀나 변의 아기자기한 절충이 대부분이다. 공중전은 사방에 미치는 영향이 변화난측하여 그만큼 난해하다. 고수들의 기량 차이가 드러나는 것도 공중전이다. "불쌍한 콩쥐. 마왕의 난투에 말려들고야 말았군."(홍민표) 콩쥐는 물론 '콩쥐팥쥐전'의 그 착한 콩쥐를 말함이다. 검토실은 언제나 약자편을 들게 마련이다. 홍민표는 눈이 크고 얼굴이 마치 영화 속의 톰소여를 닮았다. 어딘지 짓궂은 장난꾼 소년 같은 데가 있다. 난투를 즐기며 힘바둑에 뛰어나다. 흑83으로 꼿꼿이 올라선 것은 정수. 참고도1의 백1로 응수하는 것은 백이 2에서 6으로 응수하게 되므로 흑의 다음 수가 마땅치 않게 된다. 흑91은 기민했지만 흑93은 무거운 수였다. 흑95를 응수시켜 놓고 콩지에는 백96으로 응수타진을 했는데…. "뭐지? 한창 전투의 불이 붙었는데 이건 전장 이탈이 아닌가."(홍민표) "세돌이형의 기질상 그곳을 과감히 손 빼고 백대마를 선제 공격할 거야."(원성진) 같은 시각에 타이젬 생중계를 맡은 최원용도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세돌은 흑97로 두어 좌우의 백을 겨냥하고 나섰으며 여기서부터 콩지에는 정신 없이 몰리게 된다. 백96으로는 참고도2의 백1로 선제공격에 나설 찬스였다. 백17까지가 예상되는데 이 코스였으면 승부를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