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사태' 1년… 국내외 변화는

정치 '중도론' 부상… 경제 '출구' 앞으로


리먼브러더스 파산 1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경제불안은 각국의 정치와 경제를 흔들었다. 리먼 사태 이후 각국 정치는 대변화의 물결에 휩쓸렸다. 오른쪽 날개에 힘을 실었던 미국ㆍ일본과 우리나라가 한단계 왼쪽(중도)으로 원클릭 이동했고 ‘중도우파’를 기치로 당선됐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좌파적 성향의 정책을 대거 수용했다. 정치적 변화의 출발도 금융위기 진앙지였던 미국에서 시작돼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이어졌다. 미국은 사상 최초로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며 정권이 교체됐고 일본은 54년 집권의 자민당이 몰락하며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정치변화에 편승했다. 정권출범 초기 부자감세에 이어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는 리먼 사태라는 초유의 위기상황을 맞아 중도실용주의를 내세우며 친서민정책을 대폭 강화했다. 이 대통령은 8ㆍ15경축사에서 ‘중도’에 대해 “국가 발전이 국민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위민(爲民)의 국정철학’”이라고 규정하고 실용에 대해서는 “국민의 삶과 괴리된 관념과 구호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리먼 사태 1년 후 글로벌 경제는 위기의 터널에서 벗어나 ‘출구)’ 앞에 섰다. 리먼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았지만 세계경제에 희망의 기대감이 샘솟고 있다. 각국 금융기관들의 부실 위험이 급속히 소멸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됐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한결 가시고 있다. 각국의 산업생산도 바닥을 친 가운데 기업이나 소비자들의 경기회복 기대감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이제 유동성 회수를 위한 ‘출구전략’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시기와 방법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출구로 달려가고 있다. 이미 위기 이후를 대비한 미시적 출구정책은 진행형이다. 유동성을 회수하고 부동산 등 자산 버블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막대한 정부 지원과 자체 자본확충 노력으로 금융권 전반의 건전성은 리먼 사태 이전을 상회하며 탄탄해졌다. 시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3월 말 기준 13.38%로 지난해 9월 말의 10.62%보다 2.76%포인트 급등했고 신용카드 연체채권 비율(1개월 이상)도 3월 말 3.03%를 정점으로 삼아 6월 말에는 2.72%로 리먼 사태 이전보다 오히려 개선됐다. 출구전략의 핵심인 금리도 정상화(인상) 시점을 가늠하고 있다. 물론 하반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남았지만 이미 시장은 출구를 향해 빠르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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