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전세계적 비판이 거세짐에 따라 일본 정부가 외환 시장 개입 전술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AWSJ)이 7일 보도했다. 중앙은행을 통해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하며 종적을 남기던 지금까지의 방식 대신 개입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 외환시장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
지금까지는 일본 재무성이 엔화 가치 상승을 저지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달러 매입을 요구하면 중앙은행은 일반 은행으로 하여금 달러를 매입하도록 하고, 이후 거래가 체결되면 달러 매입에 소요되는 자금을 지불해왔다. 이 경우 정부의 시장 개입 규모는 모두 기록에 잡히게 된다.
이와 달리 새로운 전술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정부 개입설을 시장에 퍼트리기 위해 정부가 사들일 것을 약속하고 일단 은행으로 하여금 대규모 달러 매입 주문을 내게 한다. 이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믿는 외환 거래자들이 달러 매입에 동참, 엔화 가치는 하락하고 달러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이 때 `엔화가치 하락`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정부는 처음 했던 달러 매입 약속을 취소, 아무 흔적 없이 시장에서 빠져 나오게 된다.
정부 대신 달러 매입 주문을 낸 은행 등 기관 입장에서도 처음 매입 주문가보다 달러 가치가 상승, 결과적으로 이익을 보게 돼 정부의 매입 주문 취소를 기꺼이 받아 들이게 된다. AWSJ은 이와 관련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비난을 피하면서 엔화 가치 상승을 저지할 수 있고 정부 대신 매입 주문을 내는 은행들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술 변화에 따라 일본 정부의 6월 외환시장 개입 규모는 6,289억엔으로 지난 5월 4조엔에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규모는 특히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6월 전망치 2조엔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AWSJ은 일본 외환시장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러한 수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달러 당 115엔을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장 개입에 지속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