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동성 함정 빠졌다"

사회과학원 "은행 돈 넘쳐도 대출수요 감소"

중국경제가 심각한 유동성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9일 신경보(新京報)에 따르면 인젠펑(殷劍峰)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주임은 "은행에 돈이 넘쳐 나도 경제가 불경기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의 유효 대출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현재 중국은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쳐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요인 때문에 대규모 유동성이 은행시스템 안에 쌓이고 있다"면서 "은행의 자금 과잉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인 주임은 "현재 은행들이 최대 당면과제는 잉여자금을 어떻게 안전하게 투자하느냐로 쏠리고 있다"며 "개인 부동산 구입자금 대출이 가장 우수한 자금투자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의 관치금융에 대해서도 "중국 금융산업에 가장 절박한 과제는 금리의 시장화"라고 강조하면서 "금리를 시장을 통해 결정함으로써 은행간의 경쟁공간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은 현재 예금 금리에 상한선을 두고 대출 금리에 하한선을 둬서 정부가 이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예금 및 대출 금리의 상하한선을 규제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유동성 함정'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올해 8% 경제성장 목표 달성을 위해 시중에 더 많은 돈을 풀 태세다. 중국 정부의 공식통계에 따르면 중국 은행들의 신규대출 규모는 지난 1월 1조6,200억위안에 이어 2월 1조700억위안, 3월 1조3,000억위안 등으로 계속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며, 광의의 통화(M2) 증가율도 이미 20%대로 올라섰다. 올해 전체 대출규모는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 5조위안을 크게 넘어서는 6조~8조위안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인민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은행은 "경기 회복이 진행되는 가운데 통화량이 증가하고 소비자물가도 상승세지만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올해 상반기에 인민은행이 금리를 0.8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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