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까지…" 호남 中企들 사실상 조업 중단
피해규모 214개업체 208억 달해
정민정 기자 jminj@sed.co.kr
사상 최대의 폭설이 연일 호남과 서해안 지역을 강타하면서 22일 상당수 업체들이 조업을 중단하는 등 엄청난 피해를 겪고 있다.
특히 복구작업이 농가나 도로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중소 제조업체들에는 상대적으로 구호의 손길이 못 미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호남 지역 폭설로 215개 중소기업(소상공인 포함)이 237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남 광주에서 가마솥 등 주방기구를 생산하는 쌍합성주물공업은 폭설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회사 이경호 대표는 "올해는 눈이 너무 많이 오는데다 한파로 인해 출근하지 못하는 직원들도 많다"면서 "주문을 받아놓고도 도로 사정으로 자재수송이 지연되면서 공장 가동이 어렵고 그나마 만든 제품은 출고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남 영암에서 아스콘을 제조하는 경서산업의 양보승 사장은 이달 초 폭설로 자재를 보관하던 창고 지붕이 내려앉아 5,000만~6,000만원의 재산피해를 본데다 복구가 끝나기도 전인 지난 21일 또다시 많은 눈이 내리자 말을 잃은 표정이다.
전남 정읍에서 소형 가전을 제조하는 일영전자 역시 폭설로 생산직 직원들의 발이 묶여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광주전남지회의 정진광 부장은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만 150여개 업체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지만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부장은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들도 도로변에 멈춰 서 있으면서 교통정체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북 김제에서 철선 가공업을 하는 대인의 경우 기계설비 등 7억3,500만원의 재산피해를 입어 울상이다. 지회 관계자는 "지역 민관군이 합심해 복구작업을 하고 있지만 피해지역이 광범위하고 강추위로 복구작업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소기업들은 개별적으로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눈으로 발이 묶여 복구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른 지역에 위치한 중소기업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충남 아산의 반도체 후공정업체인 하나마이크론 관계자는 "입사 이래 이런 큰 눈은 처음 본다"며 "도로공사 직원과 공무원들의 재빠른 제설작업으로 피해는 없었지만 교통체증으로 출퇴근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경남 김해시 장유공단에 위치한 동아화성은 남부지방이라 눈 피해는 없지만 폭설이 내릴 경우를 대비해 물류수송 방안에 고심 중이다. 이에 따라 우선 눈이 더 내릴 경우를 대비해 중간 물류창고를 적극 이용하는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즉 부산에서 천안이나 서울로 물류를 직접 수송하지 않고 중간 지점인 대전 물류창고나 인천을 거쳐 수송하는 방식을 택한다는 전략이다.
입력시간 : 2005/12/22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