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만들자] "고부가 서비스업종서 돌파구를"

투자 활성화 위해 정부·기업·국민 힘 합쳐야
관광·스포츠·의료 ·물류 등서 앞으로 할수있는 일 무궁무진
규제 완화·노사관계 개선이 일자리 창출 열쇠 인식시급
건설경기 회생안되면 큰 문제 관련법안 조속처리 발등의 불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왼쪽부터)·박병원 재경부 차관보·최영기 노동연구원장

'일자리 창출.' 새해의 화두다. 일자리는 젊은이들에게, 가장들에게, 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커 나가야 할 우리 경제의 '희망'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신년을 맞아 마련한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향후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고부가가치형 서비스산업의 고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의 핵심인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 기업, 노동자,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 모든 경제주체들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견해가 모아졌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정부의 새해 경제운용 목표가 ‘일자리 창출과 지속 성장’입니다. 무엇보다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 동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실업문제의 현주소부터 짚어주시죠.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보:일자리 창출은 올해 경제운용의 핵심과제입니다. 지난해 성장률이 4.7~4.8%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정도면 나쁜 게 아닙니다. 40만명 넘는 고용 창출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성장이 주로 수출에 의존했다는 점과 내수 회복 지연입니다. 내수 중 가장 큰 부분이 소비인데요. 소비 부진의 원인인 가계부채, 신용불량자 문제도 신불자 대책 등으로 완전하지는 않아도 많이 정리됐습니다. 그런데도 소비가 진작되지 않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일자리 불안입니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게 내수 회복의 관건입니다. ▦최영기 노동연구원장:36시간 미만 취업자 중 추가 취업을 원하는 사람, 구직 단념자를 포함한 광의 실업률은 지표 3.5%보다 높은 7.8%에 달합니다. 실업이 많이 나오는 곳이 중소 하청업자, 영세 상공인, 자영업자 등 내수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서민 가계와 관련된 실업 증가가 고용관련 불안감을 높이는 원인으로 보입니다. ▦박 차관보:고용 불안감이 해소 안되는 이유는 2003년의 영향이 큽니다. 당시 3%성장하고도 취업자가 3만명 줄었습니다. 최근 분석 결과에 의하면 2.7~2.8%성장을 이루지 못하면 고용이 창출되지 않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김 원장:세계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문제가 구조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1% 성장시 고용창출 효과 즉 고용탄성치를 살펴보면 2001년 0.63에서 2002년 0.44, 2003년 0.16 등으로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제조업체의 고용 흡수력도 크게 줄었습니다. 성장에 따른 고용 창출이 줄고 있습니다. ▦최 원장:최근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고용탄성치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세계 공통 현상입니다. 최근 겪고 있는 일자리 문제를 산업별로 보면 수출 제조업 중심이어서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가 훨씬 떨어집니다. 재미있는 통계가 있는데요. 95년 9.5%성장에 일자리가 40만개 늘었습니다. 2001년 성장률은 3.8%였지만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이어서 일자리가 70만개 증가했습니다. 성장이 수출 중심이냐, 서비스업이냐에 따라 일자리 창출의 차이가 많습니다. ▦박 차관보:아직 고용 없는 성장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봅니다. 서비스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 비해 20%p정도 떨어집니다. 서비스 산업에서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입니다. 서비스업종 중 음식ㆍ숙박업 등 개인 자영업자는 구조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관광 레저, 스포츠, 교육, 의료 등 사회 서비스 산업과 물류를 비롯한 기업지원 서비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고부가가치 업종입니다. 91년에서 2003년사이 농업에서 78만명, 제조업에서 95만, 합쳐서 175만명의 일자리가 줄었습니다. 그러나 서비스에서만 503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됐습니다. 일부 서비스 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과당 경쟁 해소돼 일자리가 줄겠지만 전체로 보면 발전 여지가 큽니다. 사양 산업은 없습니다. 도소매 분야의 예를 들면 지방 도시 외곽에 대형 할인 매장이 들어가면 고용 창출 효과가 큽니다. 할인매장과 더불어 극장이 생기고 지하 식당가도 생기는 등 종전 재래시장 보다 큰 고객 흡인력으로 다양한 업종, 일자리가 만들어 집니다. 정태적으로 보지 말고 동태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 원장:올해 정부는 일자리 메꾸기, 일자리 나누기 등 다양한 방법의 일자리 만들기를 해왔습니다. 총체적으로 정리를 해주시지요. ▦최 원장:최근 2~3년간 일자리 늘어난 내용을 살펴보면 사업 서비스, 보건 복지 문화 등입니다. 도소매는 2003년 3%정도 줄었고 올해도 2.8%정도 감소했습니다. 음식 숙박도 2003% 줄었다가 올해는 4.1% 늘었습니다. 서비스 내에서도 취업 구조가 바뀌고 있습니다. 문제는 없어지는 일자리와 생기는 일자리의 사람이 바뀌는 것입니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1차 구조조정에서는 퇴출되어도 다른 대안이 있었는데 지금 도소매 음식등 자영업종은 처지가 다㉣求? 이들이 어디 가서 일자리 찾을 거냐가 핵심입니다. ▦김 원장:한동안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이 미스매치(불일치)되는 현상이 많았는데요. 최근 정부가 취업 정보 센터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습니다. 효과는 어떠했나요. ▦박 차관보:제도는 지난해 2월 공표됐지만 국회에서 7월에 통과돼서 계량적인 효과 분석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주 40시간, 5일 근무제의 효과는 컸다고 봅니다. 중소기업 클린 사업장 운동도 호응이 좋습니다. 새로 사람 끌어들이지 못해도 중소기업 인력이 덜 떠나는 것도 효과입니다. 일자리 나누기, 메꾸기도 좋지만 근본적으로는 만들기가 제일 중요합니다. 결국 기업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김 원장:기업 투자 활성화가 고용ㆍ소득 확대, 재투자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말씀이신데요. ▦박 차관보:지난해 대기업 고용은 125만명 줄었지만 중소기업은 200만명 늘었습니다. 정부가 최근 ‘벤처 어게인’등 중소기업 대책 내놓은 배경중의 하나가 벤처기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쪽이 서비스 산업입니다.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첫번째 규제 완화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골프장입니다. 2년째 국내 골프소비는 줄고 있는데 해외골프여행은 15%이상 늘었습니다. 해외 소비 내용은 관광, 레저, 스포츠, 교육 의료입니다. 국내에서도 이 부문을 살려보자 하면 토지 이용 규제가 걸립니다. 규제를 풀려고 해도 시민 환경 단체가 반대합니다. 우리 스스로 자승자박 하는 형국입니다. 이러한 서비스 업종을 사치성이라고 하면서 경제에 도덕 잣대를 들이대 정부 운신의 폭이 좁습니다. 고급 서비스가 없으니까 형편 되는 사람은 해외로 나갑니다. 그 수요가 나가서 해외 일자리만 늘립니다. ▦최 원장:또 하나가 노사관계 개선입니다. 작년에 노사정이 일자리 창출 협약을 맺었습니다. 임금 고용 노사 안정을 목표로 노사정이 상당히 노력했습니다. 노사 관계의 질적 변화를 보인 한해였습니다. 지난해 임금 인상률 5%대는 2003년 9.2%, 2002년 11.2%보다 낮습니다. 정부정책보다 경기적 영향, 노사관계 안정의 영향입니다. 노사관계가 전반적으로 안정되면 기업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됩니다. ▦박 차관보:투자유치와 규제완화를 위해서는 지방 자치 단체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합니다. 선진국도 환경 규제는 많습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다 해결해 줍니다. 땅값이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토지이용 규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땅을 사서 규제 풀어줄 테니까 투자를 유인하는 방법으로 기업을 유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기업들은 지방에서 규제 때문에 투자하기 힘든 경우 중앙정부로 가져오십시오.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중앙정부도 지난해부터 방법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현행 법령 때문에 안된다고 지자체에서 이야기하면 총리실, 재경부, 산자부에 와서 알려주십시오. ▦최 원장:일자리 창출이라는 차원에서 지자체가 경쟁할 때 규제완화 노력의 효과도 배가될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부천, 경상남도 등 일부는 앞으로 일자리가 관건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노력하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박 차관보:기업들이 지방에 투자 못하는 것은 고용 문제도 있습니다. 직원들이 지방으로 안 가려고 합니다. 지방 교육, 의료 생활 환경 탓입니다. 그래서 신규투자하면 도시 만들 수 있는 권리까지 주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왜 기업한테 특혜주냐고 합니다. 이런 자세로는 중국하고 투자 유치 경쟁에서 못 이깁니다. ▦김 원장:미국 알라배마주의 현대자동차 유치가 좋은 사례입니다. 알라배마주는 수백만평 땅을 1달러에 제공했습니다. 그 도시 노동조합들이 모여서 협약도 했습니다. 환경규제도 자기들이 풀어서 가져왔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지자체와 주민들이 같이 협력해야 합니다. ▦박 차관보:새해 건설투자 활성화도 중대한 문제입니다. 부동산 거품 잡는다고 시도한 게 건설 경기까지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건설 일자리는 저소득 층을 위한 것이기에 더욱 중요합니다. 정부는 우선 재정지출을 조기 집행키로 했습니다. 그러나 하반기가 문제입니다. 민간투자가 일어나주면 괜찮은데 아니면 큰일입니다. 정부가 일정 수익률 보장하는 대신 연기금 등이 투자하면 건설 경기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 하반기 건설 경기를 위해 법안통과는 발등의 불 입니다. ▦김 원장:일자리 창출을 위해 해결해야 할 노동 시장 내부 문제도 있을 텐데요. ▦최 원장:노동시장 유연화는 지속적인 개혁과제입니다. 해고를 통한 유연성 확보가 어렵다면 임금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한가지 방법입니다. 우리 기업은 임금 체계가 경직적입니다. 임금 피크제나, 장기 근속해도 숙련이 안 쌓이는 직업에 한해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김 원장:교육제도도 일자리 창출의 걸림돌입니다. 기업들이 수요로 하는 인력과 교육이 공급하는 인력이 맞지 않습니다. ▦박 차관보:다른 모든 업종은 고객의 수요 만족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데 교육계는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교육 시스템이 문제입니다. 학교도 학생을 선택 못하고 학생이 학교를 선택 못합니다. 학교가 선생을 선택을 못하고 선생도 학교 선택 권한이 없습니다. ▦최 원장:취업준비생까지 합치면 90만명이 실업자입니다. 교육시스템 탓입니다. 학교와 학과의 취업률을 정확한 통계내고 어떠한 교육프로그램이 시장에서 반응을 하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대학들의 서비스도 강화해야 합니다. 학부 단위, 과 단위로 학생들이 어디에 취직해서 얼마나 받는지, 유지율은 어느 정도 되는지를 챙겨야 합니다. ▦박 차관보: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가 일자리가 거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일자리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희생을 치를 각오를 하고 의식도 개선해야 합니다. ▦김 원장:깨끗하고 편한 일만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도 의식 개선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또 정부가 고용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등 정부, 기업, 국민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힘을 합쳐 일자리 만들기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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