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저축은행업에 진출한다. 이처럼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인 대기업과 은행ㆍ외국계 자본이 늘어나는 가운데 상당수 중대형 저축은행들이 매물로 흘러나와 저축은행업계의 인수합병(M&A)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새누리저축은행 증자를 통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는 방침을 세운 후 규모와 시기를 조율 중이다. 새누리저축은행은 대주주인 제일화재가 당초 부산저축은행 컨소시엄과 매각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제일화재가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되자 한화가 직접 증자에 나서기로 하고 매각 계약을 철회했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일화재가 새누리저축은행의 부실에 부담을 느껴 매각하기로 했다가 한화가 ‘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되겠다’고 나서자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며 “조만간 증자 규모와 시기가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중견그룹과 대기업 중 저축은행 매물을 찾는 곳이 많아졌다”며 “딜(deal)이 진행 중인 곳도 있어 올해 안에 속속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대형 저축은행 매물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총 자산 2조6,000억원으로 업계 2위인 HK저축은행이 매각 작업에 나섰고 부실저축은행인 분당ㆍ현대ㆍ경북저축은행을 묶은 예한울저축은행도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예한울저축은행은 총 자산 7,000억원 규모로 업계 중위권 수준이다. 저축은행업계에서는 HK는 외국계, 예한울은 국내 금융에서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HK는 외환위기 이후 국민은행이 부실 자회사를 매각한 것으로 부실에 대한 소문이 많아 은행과 저축은행보다는 외국계가 높은 가격을 쓸 것”이라며 “예한울의 경우 부실이 깨끗하게 정리돼 경기도 지역 진출을 원하는 저축은행과 은행들이 관심을 갖고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저축은행 매물이 큰 폭으로 늘어나자 프리미엄도 급락하는 추세다. 올 초만 해도 서울에 있는 자본금 500억원 규모의 저축은행은 1,500억~2,000억원가량을 매각대금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는 자기자본의 2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낮아졌다. 매물이 늘어난 것은 저축은행업계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고점에서 매도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불황이야 2~3년 후면 지나가겠지만 그 이후 신규진입 문제가 불거지면 프리미엄이 하락한다”며 “어려울 때 돈 버느라 고생하는 것보다 사겠다는 인수자가 있을 때 비싸게 파는 게 맞다”고 전했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 신규 인가는 검토한 바 없다”며 “저축은행 프리미엄은 너무 높았던 측면이 있는 만큼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