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손병두 서강대 총장 "하버드같은 '强小대학' 만들것" 경쟁력있는 특성화분야 집중 소수정예 육성발전기금 1,000억 유치 교육인프라에 투자기업이 먼저찾는 맞춤형 인재 공급위해 최선 정리=강동호 기자 eastern@sed.co.kr 대담=조희제 사회부장 hjcho@sed.co.kr 사진=김동호기자 관련기사 [월요초대석] 손병두 총장 발자취 [월요초대석] "서강학파 명성 되찾겠다" 오는 18일 취임식을 앞두고 학ㆍ처장 등 내부인사 선임에 바쁜 손병두(64ㆍ사진) 서강대학교 총장을 만났다. 부임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손 총장은 아직 교육계 인사라기보다 경제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 본인도 “교육계 현안은 잘 모르나 40년 경영관리자로서 일해온 경험을 살리는 마지막 봉사의 자리라 생각한다”며 겸손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서강대의 비전에 대한 질문에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하버드나 예일대처럼 소수정예의 경쟁력 있는 강소대학(强小大學)을 만들 계획”이라며 학교 경영에 대한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그는 “연세대나 고려대가 결코 모델이 아니다”며 “해외에서도 외국인 학생들이 들어오고 싶어하고 졸업생은 누구나 기업 등에서 데려가고 싶어하는 ‘작지만 강한 대학’을 만들겠다”며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개교(1960년) 이래 예수회가 경영하는 대학의 첫 비신부 총장으로서, 또 경제계 출신의 보기 드문 대학 총장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기대에 비례해 책임감도 무겁습니다. 40년 경영관리자로서 걸어온 인생역정의 마지막 봉사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총장 선임 과정에서 ‘총장추천위원회’에서도 밝혔듯이 대학의 CEO로서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강대의 중흥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학사관리는 물론 입학관리 등을 더욱 철저하고 투명하게 하겠습니다. -경제계에 있을 때 기업들이 인재를 뽑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것은 무엇인지요. ▲첫번째로 꼽는 것은 인성교육이 잘된 사람입니다. 즉 인품을 보지요. 다음이 외국어와 업무수행 능력입니다. 이 세 가지를 갖춘 사람이 기업에서 지속적으로 해야 할 평생학습 능력도 우수하다고 여겨집니다. 기업들이 흔히 “졸업생은 리콜이 안되냐”고 하는데 이제 대학들이 어정뜨기 졸업생을 양산해서는 안됩니다.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 문제해결 능력,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대학들이 졸업생을 위해 준비해줘야 합니다. 특히 대학 1학년 과정이 중요합니다. 서강대에서는 앞으로 1년생을 대상으로 연수제도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꽃동네 등을 돌며 봉사활동을 하게 하고 이를 학점화할 생각입니다. 남의 어려움을 아는 것이 인성교육의 첫걸음입니다. -산학협력을 위한 서강대의 전략은 무엇이며 대학들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대학들은 기업 생활에 적응을 잘하고 기업들이 탐내는 학생을 육성하기 위해 산학협력 등의 방법으로 맞춤형 인재를 끊임없이 공급해야 합니다. 서강대는 산업계에 직접 이전이 가능한 기술개발과 교육협력을 통해 산업계와 연계하고자 합니다. 이미 금호아시아나의 MBA 과정이 개설돼 있습니다만, 재교육이나 간부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입니다. 전경련 재직시 국제경영원(IMI)에서 보스턴대학과 1년짜리 MBA 코스를 공동 운영한 경험을 살리면 기업과의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경제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에 대한 ‘반기업 정서’가 오히려 더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위기 때마다 기업들을 과잉투자, 그릇된 투자로 몰아 속죄양으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정부의 정책실패에 따른 책임이 더 크다고 봅니다. 학교에서부터 기업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경제교과서 등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익의 사회환원’식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라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이익창출’이 선행돼야 합니다. 기업의 기부와 달리 개인 기업인들의 기부에 조세상의 혜택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개인이 자기 재산을 기부할 때는 이미 한번 세금을 낸 것이기 때문에 면세 등의 혜택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장기불황이 계속되면서 국민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청년퓸?문제가 특히 심각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가 실업대책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대증요법에 불과합니다.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기업들이 투자해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같은 악법은 하루빨리 시정해야 합니다. 이를 없애면 외국자본에도 좋은 신호가 돼 외자유치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기업인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기를 살려줘야 합니다. 기업인들을 줄줄이 감옥으로 보낼 것이 아니라 ‘영웅’으로 만들어줘야 경제가 살아납니다. -10년 뒤 서강대의 청사진을 제시해주십시오. ▲사립 명문대학으로 불리는 고려대나 연세대처럼 대형화하는 것은 결코 목표가 아닙니다. 역사나 규모면에서는 중소 규모이지만 경쟁력 있는 특성화 분야에 집중해 소수정예의 강소대학으로 키울 계획입니다. 특히 법대의 경우 미국의 하버드대나 조지타운대 등과 제휴하고 국내에서는 가톨릭대학 등과 연계해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서강대의 물적ㆍ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할 생각입니다. 또 S비전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발전기금 1,000억원 목표를 꼭 달성해 우수 교수진 유치와 교육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겠습니다. 조만간 ‘발전기획팀’이 신설되면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 방식으로 기업들과 교단을 중심으로 모금에 나설 계획입니다. -서강대는 예전에 공부를 많이 시킨다는 의미에서 ‘서강고등학교’라고 부르기도 했는데요. ▲앞으로도 그런 이미지를 지켜나가겠습니다. 외국유학 가서는 열심히 공부하다가도 국내만 들어오면 공부 안하는 교수들의 풍토도 바로잡겠습니다. 세계적인 대학을 만들어 외국학생들도 오고 싶어하고 서강대 졸업생은 누구나 데려가고 싶어하는, 소위 ‘입도선매’ 대학을 만들겠습니다. 서강대의 경우 학생 수는 미국 하버드나 예일대 규모에 불과합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최근 대학들이 오는 2008년도 대학입시에서 논술고사를 도입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서강대의 입시정책은 어떻습니까. ▲아직 부임한 지 얼마 안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우수한 학생을 뽑는 데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겠습니다. 학생부ㆍ수능ㆍ특기적성 등 여러 방법으로 우수학생을 선발하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겠습니다. -교육당국의 3불(不)정책 가운데 하나인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직 기부문화조차 정착돼 있지 않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기여입학제는 국민정서상 거부반응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얼마 전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이 제도의 허용을 건의했습니다만 대학들도 입장이 각기 다를 겁니다. 지방대나 중소 규모 사립대학들에서는 일부 명문 사립대학들만 덕을 보는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옵니다. 서강대는 직접 나서기보다 시대흐름에 맞춰 이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시민단체들로부터 최근 ‘삼성권력’이니 ‘삼성공화국’이니 하는 식으로 삼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확대되고 있는데요. ▲핀란드의 유명한 기업 노키아는 GDP의 30%를 창출할 정도로 핀란드 내에서 위치가 대단합니다. 그래도 국민들에게 ‘노키아 공화국’이니 하는 식의 질타는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민들은 노키아를 통해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삼성의 경쟁력은 구조조정과 기술개발 등 세계적인 기준을 통해 봐야 합니다 . 오늘날 삼성이 반도체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사업 초기 관료들이 반도체가 뭔지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삼성을 출총제 등으로 묶을 것이 아니라 자랑스럽게 여겨야 합니다. 또 겉으로는 삼성을 비난하면서도 속으로는 삼성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등 국민들의 이율배반적인 시각도 고쳐야 합니다. 삼성에 대해 ‘너무 컸으니 내려와’가 아니라 ‘우리도 삼성처럼 되자’는 식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입력시간 : 2005/07/10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