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이 지난해 쌍방울개발 인수에 이어 법정관리기업인 진로의 2대 채권자로 부상함에 따라 주력분야인 전선사업에서 벗어나 유통과 리조트, 부동산 투자 등으로 업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30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오랫동안 경영을 보수적으로 운영했던 대한전선은 최근 진로의 담보부채권 3,500억원중 1,800억원 가량을 매입해 골드먼삭스에 이어 2대 채권자로 부상했고, 지난해에는 쌍방울개발에 1,470억원 이상을 투자해 최대주주로 등극, 무주리조트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용산 선인상가와 르메이에르 건설 등에 각각 1,300억원과 200억원을 대여형식으로 투자하는 등 투자규모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포화상태에 달한 전선분야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업과 동떨어진 주류, 리조트, 부동산 등으로 투자규모를 늘리면서 앞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전선에서 유통과 리조트, 부동산투자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전선측은 “진로 담보부 채권의 3분의 2를 보유하고 있어 대한전선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채권투자는 순수하게 투자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진로 이외에 여러 곳에 투자를 한 것도 투자목적이지 업종전환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선업계에서는 대한전선이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이처럼 무리한 투자가 자칫 경영악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말 기준 대한전선은 유동부채 5,389억원, 고정부채 2,700억원 등 모두 8,000억원 이상의 부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50년간 키워온 전선사업 투자보다는 경험이 일천한 다른 분야로 무리하게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전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3년 전부터 대한전선이 전선사업보다는 창투사처럼 무리하게 투자에 나서고 있는 등 이해하기 힘든 일을 하고 있다”며 “자칫 부실투자로 경영악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전선의 매출액은 지난 99년부터 해마다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급기야 최근 시흥공장을 1,295억원에 팔아치웠고 유상증자를 통해 340억원을 끌어들이는 등 현금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서정명기자 vicsj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