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시간표’ 틀 잡았다

미국은 13일(현지시간) "12월 15일까지 이라크의 헌법 제정 및 총선 일정을 제시토록 한다"는 시간표를 담은 새 이라크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지난 주말 안보리 각 이사국에 새 초안을 전달했으며 이번 주 안에 새 결의안의 찬반 투표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19일 바그다드 유엔 사무소 폭탄 테러 이후 국제사회에 이라크 재건 지원을 요청해 온 미국은 지난달과 이 달 초 두 차례나 결의안을 제출했으나 이사국들의 반발로 번번이 통과에 실패했다. 결의안 어떻게 달라졌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권 이양과 관련한 일정 제시다. 새 결의안 초안은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가 12월 15일까지 안보리에 새 헌법 제정 일정 및 총선 일정을 제시하도록 했다. 여기에 과도통치위가 미 군정뿐 아니라 유엔 특사와도 가능한 한 협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덧붙여 유엔의 역할을 좀더 강조했다. 이전의 결의안은 헌법 제정 후 총선을 거쳐 주권을 이양한다는 내용만 담았지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새 결의안은 또 이라크 치안 유지를 위한 다국적군 구성을 촉구하면서 안보리가 결의안 통과 후 1년 내에 다국적군의 임무를 다시 논의한다는 단서를 달아 유엔의 감시 역할을 언급했다. 아울러 유엔이 이라크 재건 과정에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경제 재건을 촉진하는 등의 방식으로 역할을 확대하도록 했다. 주요국 반응과 통과 전망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은 "프랑스는 결의안의 추가적인 개선 여부를 연구하고 있지만 거부권은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프랑스의 도미니크 드 빌팽, 독일의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은 "(결의안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낼지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교부 관리들은 "결의안에 수정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새 결의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중대한 진전이 없다"며 새 결의안을 평가절하 했다. 미국은 늦어도 2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이라크 지원국 회의 이전에 결의안을 처리해 국제사회의 지원자금 모금에서 운신의 폭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외신들은 일제히 "명확한 주권 이양 일정과 유엔의 역할 확대를 요구한 국제사회의 반대에 미국이 양보한 결과"라고 평가했지만 통과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미국이 시간표는 제시했지만 `먼저 신속히 주권을 이양한 후 유엔 주도로 민주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프랑스, 독일 등의 주장과는 거리가 멀어 여전히 논란이 예상된다. 뉴욕 타임스는 "새 결의안의 내용은 실체적인 변화라기보다 문구의 변경"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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