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다. 총사업비가 6조7,000억원으로 지난주 발표한 제주 제2공항 건립 사업비(4조1,000억원)와 비교하면 2조6,000억원이나 더 많다. 또 지난 5월 착공한 홍성~송산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3조8,000억원), 오는 2017년 착공하는 평택~부여~익산 민자고속도로(2조7,000억원) 등과 비교해도 그 규모가 훨씬 크다.
정부는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으로 인해 일자리 6만6,000여개가 생기고 1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위축과 프랑스 테러 등으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경제여건에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속도로 착공도 내년부터 바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김일평 국토교통부 도로국장은 "민자적격성 검토, 사업자 선정 등 민자사업 추진일정 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1단계 공사구간인 서울~안성 구간은 우선 한국도로공사에서 내년에 착공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한국도로공사에서 공사를 시행한 뒤 적절한 민간사업자가 선정되면 기존 사업비를 보상 받고 모든 사업을 이관하는 형태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의 필요성은 200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용인·수원 등 수도권 남부지역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경부고속도로의 정체구간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경기도 구리시에서 세종시 장군면까지 제2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해 경부고속도로의 혼잡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2009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사업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투입하는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진행하면서 서울~세종 고속도로의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자 추진을 계속 미뤄왔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을 전격 추진하기로 한 것은 저금리 기조로 재원을 조달하기 쉬워진데다 시장의 유동자금이 증가해 재무적투자자(FI)를 찾기 편해졌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과거와 비교하면 금융시장의 여건이 확연히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조달금리가 6~10%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4%대로 떨어져 민간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용이해졌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업방식도 손익공유형(BTO-a) 모델로 결정했다. 손익공유형 모델은 투자금을 모두 민자로 유치하되 정부가 운영비의 70%까지 책임지고 나머지는 민간이 손실을 부담하는 형태다.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민간과 정부가 3대7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손익공유형 모델은 최소운영수익보장(MRG) 모델과 비교해 정부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평가 받고 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건립되면 서울과 충청이 70분대의 생활권에 들어가게 된다. 주말에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에서 세종시로 이동할 경우 통행시간은 129분이나 소요되지만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개통하면 74분까지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수도권과 충청의 연계가 강화되고 물류시간 단축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또 교통량 분산으로 경부·중부고속도로의 통행시간도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본격 개통하면 경부·중부고속도로의 혼잡구간이 60%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행속도 역시 약 10㎞/h 증가해 운행비 절감 등 연간 8,400억원의 편익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또 교통량 증가 추이를 모니터링해 필요하다면 중부고속도로 확장사업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마트하이웨이'로 구축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스마트하이웨이는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된 미래형 첨단도로다. 통행권을 별도로 뽑을 필요가 없으며 톨게이트도 별도로 설치되지 않는다. 고속주행 중에도 차량 번호판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기술이 탑재돼 차량 명의자에게 비용이 청구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고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 차량 통행을 원활하게 조정하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C-ITS)'도 도입되고 운전자가 핸들·브레이크 등 차량을 별도로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량이 운행될 수 있도록 도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강동효기자 kdhy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