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떠한 검열도 반대하는 입장이며 표현의 자유를 존중합니다. 나는 언제나 예술가들 가까이에서 함께 활동해왔고 이런 상생 없이는 어떠한 예술활동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번째 외국인 관장이자 지난 2000년 개방형 직위제도 도입 후 처음 외국인 기관장으로 임명된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50·사진) 신임 관장의 일성이다. 마리 관장은 14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오는 2018년 12월까지인 3년의 재임 기간 동안 예술가들과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 관장이 '검열'과 '표현의 자유'를 이처럼 강조한 것은 그가 3월 정치적 검열과 전시 파행을 이유로 스페인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관장직을 사임한 것과 관련한 국내 미술계의 반대 여론을 적잖이 의식한 결과다. 그는 '야수와 군주'라는 기획전에 스페인 국왕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풍자 조각이 출품되자 이에 대한 철수를 요청했고, 반대에 부딪히자 전시 자체를 취소한 바 있고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관장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와 관련해 "과거에 있었던 일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해나갈 일과 성과로 나를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리 관장은 또 최근 국내 미술계에서 불거진 '정치적 검열' 문제에 관해 "'솔직히 아직 한국 내 예술단체의 검열 문제를 알고 있지는 못하다'는 전제하에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스페인 태생에 유럽을 주무대로 활동해온 그가 한국을 택한 것에 대해서는 "2005년 이후 꾸준히 드나든 한국은 역동적인 현대미술, 지정학적 특수성 등으로 아주 매력적인 나라"라며 "다만 근현대미술의 내러티브(서사)가 아직 정립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아직 외국에 덜 알려졌다고 생각하는데 이 역사적·집합적 연결고리를 (내가) 찾아 외국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마리 관장은 "지난 30년간의 관장, 큐레이터, 비평가, 페인트칠까지 직접 하는 설치자 등 모든 역할과 유럽·남미·아시아 각지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모두 가져와 국립현대미술관을 위해 일할 것"이라며 "나는 관장형 큐레이터로 미술관은 지역 특수성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차원에서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계의 히딩크'로 기대를 모으는 것에 대해 "미술은 축구처럼 경쟁하며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다행인데 내가 한국을 떠날 때 사람들이 관장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미술관의 전시와 프로그램은 오래 기억하기를 바란다"면서 "외국의 성공적 미술관 모델을 그냥 수입하지 않고 최대한 새로운 것을 발명하고 개조해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담 통역사와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마리 관장은 "앞으로 1년 안에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한국어를 익힐 것"이라는 포부도 덧붙였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