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수출주 실적회복 가시화… 외국인 다시 돌아온다

삼성전자 깜짝 실적 등 이익모멘텀 매력 부각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증시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주식시장에서 9조원 넘게 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던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3,666억원을 순매수했다. 절대적인 매수규모는 큰 편은 아니지만 외국인들 기류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양호한 3·4분기 실적을 신호탄으로 대형 수출주들의 실적회복이 가시화되면서 다른 신흥국에 비해 이익모멘텀이 부각되고 전체 시장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을 밑돌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진 점 등이 외국인을 다시 한국으로 유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860억원 순매수하며 3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전기전자·자동차 등 대형주 위주로 외국인들이 매수 강도를 높이자 코스피지수는 2,019.53까지 올랐다.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 6월 초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원의 누적 순매수액을 기록했지만 미국 금리인상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중국의 경기둔화 등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이 움츠러든 6월부터 지난달까지 9조원을 내다팔아 연간으로 순유출 전환 직전까지 갔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자금 이탈 속 전 세계 투자자들의 한국 비중 축소 폭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최근 수개월간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상승으로 수출 대형주 반등 등이 이어지며 액티브 펀드 위주로 한국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들어 이익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조선·철강 업종도 사들이고 있어 이번 외국인의 '사자'는 업종별·종목별 투자가 아니라 시장 전체에 대한 매수세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태도 변화가 신흥국 대비 한국 시장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3·4분기 잠정실적에서 확인된 것처럼 대형 수출주의 환율효과가 기대되고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국내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가치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시장의 PBR는 0.87배 수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같은 신흥국인 대만은 1.43배, 중국 1.04배, 인도 2.66배, 브라질 1.06배인 것을 감안하면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한국시장의 펀더멘털에 비해 외국인들의 매도 강도가 강했다는 점도 외국인 순매수 여지를 높이는 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매니저 대상 조사에서 신흥시장에 대한 경계적 인식은 변함이 없지만 한국의 경우 그 비중을 역사적 하단 레벨까지 선제적으로 낮춰둔 상황에서 추가 하향조정의 여지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펀드 편입비중과 시장 밸류에이션 모두 역사적 저점 레벨로 내쳐진 한국증시 입장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반사수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GEM 주식형 펀드 내 한국 비중은 8월 말 기준 9.66%로 2010년 이후 최저점인 9.56%까지 근접했다.

반면 외국인의 현재 순매수를 추세적 전환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단순히 국내 증시 매력만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을 이겨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재훈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성장률을 낮추는 등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나 미국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혀야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매수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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