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극작가 제임스 매튜 베리의 원작을 바탕으로 1904년 겨울 초연된 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 각국에서 연극, 뮤지컬,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변주되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이야기 ‘피터 팬’은 이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따져보면 궁금해진다. 대체 피터 팬은 어떻게 하늘을 날고 네버랜드에게 살게 된 걸까. 8일 개봉하는 영화 ‘팬’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영화다. ‘피터 팬’이라는 꼬마 영웅이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 말하자면 ‘피터 팬 비긴즈’ 정도 되겠다.
사실 피터 팬의 탄생 설화(?)는 이미 원작에서 간략히 언급된 바 있다. 피터 팬은 ‘커서 뭘 시킬까’를 고민하는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요람에서 도망친 아이다. 그렇게 공원에서 새들과 살다가 부모가 그리워져 집으로 돌아갔지만, 창문은 굳게 닫혀 있고 자신의 요람에는 다른 아기가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낙심한 후 영원히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팬’이 들려주는 피터 팬의 시작은 전혀 색다르다.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버려져 고아가 된 소년 피터(리바이 밀러)는 12살이 되던 해 해적 ‘검은 수염(휴 잭맨)’ 일당들에게 납치돼 끌려가면서 네버랜드에 처음 발을 디딘다. 그리고 피터는 바로 그 네버랜드에서 하늘을 날 수 있는 자신의 특별한 재능도 깨닫고, 어머니가 이곳에 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자신이 ‘검은 수염’을 파멸로 이끌 전설 속 아이라는 사실도. 과연 피터는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따라붙는 ‘검은 수염’과 맞서 네버랜드에 평화를 가져다줄 최고의 전사 ‘팬’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화려한 볼거리다. ‘팬’은 동화 피터 팬이 그랬던 것처럼 관객들을 꿈과 환상의 세계로 이끈다. 18세 고풍스러운 선박이 바다 대신 하늘을 누비고, 검은 수염의 채석장에서는 너바나의 록음악이 울려 퍼진다. 네버랜드 토착민들은 총천연색 화려한 의상을 과시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고, 3미터 괴조와 9미터 악어 등 공포심을 자극하는 괴물들의 등장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야기와 캐릭터 자체로도 흥미롭다. 영원한 젊음을 위해 요정 가루를 모은다는 검은 수염이나, 후크와 피터가 원수가 되기 전에는 아주 친한 친구였다는 부분, 타이거 릴리에 추근대는 후크 등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