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바레인 등 걸프 3국과 홍콩 중앙은행이 따라서 기준금리를 즉각 올렸다. 자금유출을 막는 방화벽을 쌓기 위한 것으로 다른 신흥국들도 조만간 기준금리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중앙은행은 이날 정책금리를 기존 0.25%에서 0.5%로 긴급 인상했다. 쿠웨이트 중앙은행도 재할인율 금리를 2.0%에서 2.25%로, 바레인 중앙은행도 하루 적용되는 중앙은행 예치금리를 0.25%에서 0.5%로 각각 올렸다. 모하마드 알 하살 쿠웨이트 중앙은행 총재는 "국가통화의 경쟁력을 지키고 국가 경제의 안전을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이들 3개국과 함께 걸프협력회의(GCC)에 소속된 아랍에미리트(UAE)·오만·카타르도 곧 기준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했다. GCC 6개국 가운데 쿠웨이트를 제외한 5개국은 미국 달러화에 자국 통화를 고정하는 환율 페그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통상 미국을 따라 금리를 조정해왔다.
또 다른 달러 페그제 운영 국가인 홍콩도 기준금리를 올렸다. 홍콩 중앙은행은 17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이에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은 홍콩 부동산 가격인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미리 금리를 올린 나라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SARB)은 지난달 19일 기준금리를 6.0%에서 6.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당시 SARB 통화정책위원회는 성명에서 "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랜드화 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비해 자국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미국이 실제로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만큼 SARB가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코와 아프리카 국가의 중앙은행들도 기준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