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방지역 개발은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 지역 경제에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대륙 간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물류비용이 감소하고 나라별 개발투자가 확대되는 등 최대 2,360억달러 규모의 국내총생산(GDP) 제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을 전제한 추정이지만 한반도 북방지역 개발은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추락하는 우리 경제의 미래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의준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24일 국토연구원 국제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반도 북방지역 개발의 경제적 효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16개 광역자치단체와 중국 31개 성 및 러시아 9개 주를 대상으로 지역의 교통시설 개발과 생산투자 활동이 주변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했다"며 "한반도 북방지역이 초국경 경제협력지역으로 발전함에 따라 많은 경제적 편익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꼽은 북방지역 경제협력에 따른 투자 효과는 △아시안 하이웨이 개발 △지역개발 투자 △교역규제 완화, 생산요소 이동 등 3가지다.
그는 국내에서 시작하는 아시안 하이웨이가 개발될 경우 북한을 통하는 한국-중국 간 교역은 판문점~신의주(가칭 1번 고속도로)를, 한국-러시아 간 교역은 고성~블라디보스토크(6번 고속도로)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를 통해 서울과 동북 3성 간 운송시간은 현재 해상운송에 비해 작게는 33%에서 많게는 56%나 줄어들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고속도로 개발로 지역 간 물류비용이 줄어들고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북방지역의 국내총생산은 970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2010년 국내총생산 대비 6.2%나 늘어난 수치"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아시안 하이웨이 개발을 포함해 총 618억달러의 지역 개발 투자가 이뤄질 경우 한국을 포함한 3개 북방지역(중국·극동러시아·북한)의 국내총생산은 총 1,858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동북 3성의 경제성장 효과는 882억달러로 가장 크고 이어 한국(614억달러), 북한(221억달러), 극동러시아(141억달러) 등의 순서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경제협력에 따른 규제완화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북방지역이 지역 간 물동량과 노동력 이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경우 북방지역 전체 국내 총생산량이 2,360억달러나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이 841억달러로 2010년 대비 9.1%의 성장률 제고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동북 3성은 2010년 성장률 대비 20.2% 증가한 1,116억달러를 기록하는 한편 북한 지역의 성장률 제고 효과도 89.6%(24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장밋빛 청사진과는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김 교수의 연구는 통일을 전제로 한 만큼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한 각종 개발계획은 그림의 떡과 다름이 없다는 얘기다. 각국이 민관협력을 통해 자금조달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도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등 북방지역 개발을 위한 다자간 협의체의 역할에 대해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교수는 "북방지역의 경제협력을 통해 교통시설을 확충하고 지역개발 투자를 확대할 경우 그 경제적 효과는 국내보다는 중국의 동북3성이 더 크고 특히 북한지역의 경제성장률을 눈에 띄게 끌어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개발 청사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투자 재원 조달과 경제협력 방안, 산업 클러스터 등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