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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로 선보인 117개 퇴직연금펀드 중 3분의2가 원금 손실을 볼 정도로 운용 성과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5년 이상 장기 운용된 퇴직연금펀드 중에서도 코스피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가 16%에 달하는 등 펀드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1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 중인 527개 퇴직연금펀드 가운데서 설정 이후 원금 손실이 발생한 펀드는 103개로 전체의 19.5%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 새로 선보인 117개 펀드 가운데 77개가 원금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올 들어 국내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신규 펀드일수록 수익률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퇴직연금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자산운용사들이 새로운 퇴직연금펀드 상품을 쏟아냈지만 대부분 성과가 좋지 않다"며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를 비롯해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주식과 채권 시장 모두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년 이상 장기 운용한 퇴직연금 펀드 260개 중에서 원금에 손실이 발생한 펀드는 11개였으며 최근 5년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0.03%)에 수익률이 미치지 못하는 펀드도 42개로 조사됐다. 또 최근 5년간 퇴직연금펀드의 평균 운용 수익률은 16.98%로 124개 펀드만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절반 이상은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성과가 나빴던 펀드 대부분이 브라질 등 이머징마켓(신흥국)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미래에셋인덱스로퇴직플랜브라질안정형40자(채혼)'가 최근 5년간 -27.09%의 성과를 기록해 가장 저조했고 '삼성퇴직연금라틴아메리카40자1[채혼]'도 -15.0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5년간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퇴직연금펀드는 '피델리티퇴직연금글로벌자CP(주식-재간접)'로 73.15%의 성과를 기록했고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업종일등자[주식]클래스C'도 59.33%로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아울러 설정 후 투자원금의 2배 이상을 벌어들인 펀드는 15개였다. 개별상품 중에서 '이스트스프링퇴직연금업종일등자[주식]클래스C'가 2006년 설정 후 164.5%, 연간 17.16%의 수익률을 기록해 성과가 가장 좋았으며 '한국투자퇴직연금네비게이터자1(주식)(C)'도 설정 이후 164.11%, 연평균 18.5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삼성퇴직연금액티브배당자1[주식]' 'KB퇴직연금배당40자(채혼)C' 'KB퇴직연금자(주식)C' 등도 설정 이후 130% 이상의 높은 성과를 거뒀다.
국내에서 공모형 퇴직연금펀드를 운용하는 42개 자산운용사 중에서 신영자산운용의 성과가 가장 좋았다. 신영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10개 퇴직연금펀드의 설정 이후 평균 수익률은 64.35%였으며 동양자산운용은 51.06%, 맥쿼리투신운용이 49.94%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퇴직연금펀드의 성과도 운용사와 개별 펀드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퇴직연금펀드에 가입할 때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50억원 미만의 자투리펀드는 가능하면 가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실제로 설정 이후 마이너스 성과를 낸 103개 펀드 가운데서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자투리펀드가 94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울러 자신의 퇴직연금펀드 포트폴리오가 다양하지 않다면 한 국가나 특정 섹터 등 자산을 집중하는 방식은 가능하면 피하고 자산배분이 가능한 상품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증권사 WM센터의 한 관계자는 "과거 수익률이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장기간 꾸준히 성과를 올린 펀드를 살펴봐야 한다"며 "장기간 투자를 해야 하는 상품인 만큼 수익률과 함께 안정성에도 비중을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