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영국처럼 정부가 개혁 주도… 거부세력에 말려들지 말아야"

지식인 1,000명 노사정 대타협 입법화 촉구 성명









노동개혁 촉구 1000인 지식인 선언 기자회견9
박재완(가운데)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개혁 촉구 1,000인 지식인 선언' 기자회견에서 성명서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한국이 가장 취약한 것은 금융과 노동입니다. 금융개혁은 규제니까 쉬워요. 하지만 노동은 구조적 문제고 이해도 첨예하게 대립합니다."

6일 대한민국 1,000명의 지식인이 내놓은 성명에는 우리 사회의 위기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추락하는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개혁이 절실하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들은 '9·13 노사정 대타협'의 정신은 존중돼야 하지만 합의 내용에 집착하다가 실기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이 개정되지 못할 경우 총선·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 국면에 노동 이슈가 또다시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는 △정부·국회는 노사정 합의 거부 세력과 시간 끌기 전략에 말려들지 말 것 △정규직·비정규직 격차의 단계적 해소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기반 확보 △유연한 근로시간제도의 확대 △불합리한 쟁의행위 규제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담았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노사정 합의도 따지고 보면 첫 단추를 끼운 것에 불과하다"며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사이클에서 진영 논리에 매이면 우리 발등에 도끼를 찍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독일(하르츠 개혁)도, 영국도 정부가 주도한다"며 정부 주도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주문했다.

백성기 전 포스텍 총장은 "미국에서 일하던 둘째 아들이 국내 모기업으로부터 정규직과 계약직으로 두 가지 고용 제안을 받았는데 정규직 형태의 고용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더라"라며 "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가 젊은이의 미래를 보장하고 창의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시대적으로 맞는지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노동개혁을 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은 '노동조합'으로 지적됐다. 조 교수는 "10%의 조직된 노동자가 90%의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의 이익을 침탈하는 게 지금 (노동 시장의) 상황"이라며 "일반해고를 쉽게 하거나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등의 실무적인 문제를 넘어 이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도록 하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청년은 약자고 노조는 강자다. 약자인 청년들이 이 땅에서의 탈출을 꿈꾸고 있는데 강자가 약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유럽 재정위기 이후 고용 유지 관행이 강했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이 모두다 (고용 구조)를 바꾸고 있다"며 "우리가 유럽 모델을 얘기하면서 복제모델만 배워야 한다고 할 게 아니라 노동개혁 모델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향후 국회 논의 사항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경우 다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적절한 행동을 할 것"이라며 이날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성명서를 전달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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