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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원대 땅을 실제로 보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곳이 제주입니다. 계약 직전 잠깐 망설이는 순간 다른 투자자가 금액을 높여서 낚아채버립니다."
제주도가 땅값부터 주택·상업용 부동산까지 지난 한 해 가장 '핫(Hot)'한 부동산 투자처로 자리 잡았다. 아파트 분양가 역시 최근 10년 내 두 배 가까이 오르며 경기·인천 지역의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땅값 상승률은 전국 평균(2.4%)의 3배 이상 높은 7.57%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2 공항이 들어서는 서귀포시 성산읍이 12.28% 급등했으며 인근 표선면도 12.2% 올랐다. 제주시 구좌읍(11.05%)과 조천읍(9.89%)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제2 공항 예정지로 발표된 뒤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업소의 설명이다. 제주 지역 부동산 컨설팅 업체들도 법망을 피해 매매거래할 수 있는 방안을 설명하며 투자를 적극 권유하는 분위기다.
서귀포시 J 공인 관계자는 "중개 업소에서는 땅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고 땅 주인들은 가격이 더 높아지기를 기대하며 숨어버리는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단독주택과 상가의 인기도 지속되고 있다.
올해 1월1일 기준 표준단독주택 가격 상승률 1위는 제주 서귀포시로 16.98% 올랐다. 다가구주택 신축이 늘어나는 한편 이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제주시도 16.21% 상승했다.
지난해 4·4분기 기준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 수익률도 3% 중반대로 전국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유형별로 △오피스 3.2% △중대형 3.4% △소규모 3.7% △집합 3.2%인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값도 단연 1등은 제주다. 지난 한 해 동안 제주 아파트 값은 무려 13.77% 상승했다. 대구가 이 기간 7.96%, 서울이 4.6% 상승한 것에 비교하면 2~3배 더 오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아파트 분양가격도 치솟고 있다.
오는 2월 분양 예정인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한화건설 '제주 꿈에 그린'의 분양가는 3.3㎡당 869만8,00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 2003년 제주시 노형뜨란채의 분양가가 3.3㎡당 47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치솟은 셈이다. 당초 시행사인 하나자산신탁이 제출했던 총 분양금액은 1,498억원, 3.3㎡당 990만6,000원이었다.
제주가 개발 호재로 부동산 값이 급등하고 있지만 우려의 시각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제주가 '금(金)주'로 불릴 정도로 많이 변했다"며 "최근 들어 제주 투자 붐을 일으킨 중국 자본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경원기자 naher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