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수출 짓누르던 엔저악몽 되살아나나… 7개월째 금리 동결한 한은 진퇴양난

원·엔재정환율 하루새 20원↓… 금리인상 저울질 하던 한은
거센 금리인하 압박에 직면

원-엔 환율이 급락1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린 29일 원·엔 환율이 한때 20원 이상 급락하는 등 환율시장이 요동을 쳤다. /이호재기자

일본은행(BOJ)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가뜩이나 부진한 우리나라 수출은 '엔저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맞춰 인상 시점을 재고 있던 한국은행은 더 세게 금리 인하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9원40전 내린 1,199원10전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2원50전 내린 1,206원에 거래를 시작한 후 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소식에 한때 1,212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신흥국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10원 이상 급락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BOJ 발표 초반에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재료로 작용했지만 이후 반응이 위험 선호 강화 쪽으로 흐르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가 전반적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오후3시 현재 100엔당 994원41전으로 전일 오후3시 기준가보다 20원84전 떨어졌다. 원·엔 재정환율 1,000원이 깨진 것은 지난 5일(994원89전) 이후 24일 만이다.

일본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수출이다. 지난해 원·엔 재정환율이 800원대까지 떨어져 우리 수출을 짓눌렀던 엔저현상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모든 나라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고 환율도 떨어뜨리는데 상대적으로 정책 차이가 나는 우리나라의 손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의 이 같은 '실험적' 통화정책을 더 확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도 금리를 -1%까진 내릴 수 없다"며 "많이 내리지 않는다면 수출에도 그렇게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통화정책은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돈 풀기'에 나서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자금 유출과 가계부채에 치명적이고 금리를 올리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은 국제통화를 가지고 있어서 대외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국내 상황만으로 금리정책을 쓸 수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복잡한 대외적 여건을 더 고려한 신중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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