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주 전역에 몰아닥친 한파와 폭설, 강풍으로 지난 달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제주의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히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제주에 발이 묶인 승객들은 날씨가 좋아지길 바라는 거 말고는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누구나 날씨의 무서움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한반도에만 찾아온 이상 기후라고 넘기기엔 상황이 심상찮다. 세계적인 가뭄과 한파로 기후 난민이 생기는 등 그 피해는 개인의 불편함과 국지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있다.
'반기성 교수의 기후와 환경 토크토크'는 케이웨더 기상예보센터장과 기후산업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한국 최고의 날씨전문가가 전세계가 직면한 이상 기후 현상의 근본 원인과 그 해결책을 풀어 쓴 책이다. 책의 핵심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이상 기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지구온난화는 엘니뇨를 더 강하고 오래 지속시켜 해수면 온도가 3도 이상 상승하는 슈퍼엘니뇨 현상을 발생시킨다. '추운 날씨와 지구온난화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반도에 몰아친 한파 역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지 않도록 잡아주는 제트기류의 힘이 약해져 중위도에 위치한 한반도까지 찬 공기가 내려왔다. 제트기류는 중위도와 고위도의 온도차가 크면 강해지고 줄어들면 약해진다. 지구 온난화로 상대적으로 고위도에 위치한 북극과 중위도에 위치한 한반도의 온도차가 줄어들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진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한파뿐 아니라 가뭄, 홍수 등 인류의 힘으로 감당하기 힘든 재난을 가져다준다. 실제 앙코르 왕국의 경우 지구 온난화로 가뭄이 들어 벼농사가 힘들어지면서 붕괴됐다는 것이 기후학자들의 생각이다. 가뭄에 시달려 반란을 꾀하다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이들도 존재한다. 서남아프리카 나미비아에 살던 헤레로족은 당시 지배군이었던 독일군에,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의 카나크족은 프랑스군에 반란을 꾀했지만 모두 몰살당했다.
이 같은 일은 과거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미 국방성은 '미래 예측보고서'를 통해 더 심해지는 기후변화와 엘니뇨 등으로 몇몇 국가는 금세기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저자 역시 지구 멸망 시나리오의 절반 이상이 기후변화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 때문이라며 지구를 달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과거 지구온난화 때와는 달리 지금의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의지에 의해 그 영향력을 줄일 수도 크게 만들 수도 있다.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에서 전 세계 195개국 대표들이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인 1750년 대비 2도 이하로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반기성 저자는 "파리협약의 실현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긍정적인 신호로 보고 있다"며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한다. 1만8,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