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 '귀하신 몸'

작년부터 제약주 열풍 불자 증권사 전문인력 대거 충원
M&A·기업공개 규모 급증… VC업계 스카우트도 잇따라
생명공학 등 특수전공 필요해… 진입장벽 높아 몸값 더 오를듯


지난해부터 국내외 증시에 불어닥친 제약·바이오주 열풍을 타고 해당 업종과 기업의 분석을 담당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몸값도 덩달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수년간 증시 침체로 애널리스트 수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도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시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몸값을 높여 다른 증권사로 이직을 하거나 벤처캐피털(VC) 업계로 스카우트되는 경우도 나타나 부러움을 사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각 증권사들마다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충원과 이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 동부증권에서 제약·바이오업종의 분석을 담당하던 정보라 수석연구원이 한국투자증권으로 옮겼다. 동부증권은 곧바로 셀트리온 연구소와 베링거인겔하임에서 연구 및 학술임상 등을 맡아온 구자용 연구원을 새로 영입해 자리를 채웠다. KB투자증권도 최근 다른 증권사 출신의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을 영입했다.


현업에서 연구개발 관련 경험을 쌓아온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증권사들도 많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포항공대에서 생명공학박사 과정을 끝마친 연구원을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로 채용했고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서울대에서 각각 유전공학과 약학을 전공하고 연구소와 제약사 등에서 일해온 현업 출신의 전문가들을 잇따라 애널리스트로 충원했다. 교보증권도 지난해 국내 제약기업 휴온스 출신의 연구원을 애널리스트로 영입했으며 대우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지난해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를 새로 뽑았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무래도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직접 현업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제약·바이오시장에 대한 기술적 이해도가 높다"며 "현업 출신 애널리스트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신뢰가 크다 보니 증권사 리서치센터들도 인재 채용 범위를 넓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제약·바이오 관련주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정보 수요도 늘어나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업무 강도도 세졌다. 제약·바이오업종이 그동안 한국 증시를 대표했지만 최근 주가가 지지부진해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진 전자·자동차·철강·조선업종을 대체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에서 제약·바이오를 담당하고 있는 배기달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며 "제약·바이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업종의 상장 기업들도 급증하면서 보고서 작성 건수는 물론 세미나 참석 등의 업무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증권가를 떠나 아예 VC 업계로 옮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1년 새 시가총액이 7배 이상 늘어난 한미약품을 계기로 제약·바이오기업의 막대한 상장차익을 기대하는 벤처 투자자들로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미래에셋증권과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벤처투자회사로 스카우트됐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시장규모가 급성장하면서 벤처캐피털의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들 영입 제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에 대한 '러브콜'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국내 증시 상장을 계획 중인 바이오기업은 10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이 점쳐지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해 셀트리온헬스케어·CJ헬스케어 등 10여곳에 달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코스피 의약품 업종의 시가총액이 지난해 초 14조4,100억원에서 현재는 30조5,800억원 수준으로 1년 새 2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성장하면서 정보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며 "다른 업종과 달리 생명공학이나 약학 등 특수 전공자를 필요로 하는 제약·바이오업종은 애널리스트의 경우 진입장벽도 높아 몸값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현상·노현섭기자 kim0123@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