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실적 악화… 50% 이상 자본잠식

컨선 운임 급락따라 작년 2,535억 영업손실… 거래정지
재무구조 개선 위해 벌크선사업부 최대 1억달러에 매각

현대상선이 지난해 컨테이너선 운임 급락으로 2,53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50% 이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현대상선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벌크선사업부를 최대 1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매출액 5조7,665억원, 영업손실 2,535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 2014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11.5%, 영업이익은 7.9% 줄어들었다. 당기순손실은 4,43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현대상선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더 나빠진 직접적인 원인은 컨테이너 운임 하락 때문이다.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장에 따른 선복량(선박 공급량) 과잉으로 컨테이너 운임은 지난해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상하이~유럽 간 컨테이너 운임은 TEU(6m 컨테이너 1개)당 620달러로 2014년보다 47%나 급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서부노선 운임도 25% 떨어졌다.

특히 해운업계 성수기로 꼽히는 3·4분기에도 운임이 바닥을 맴돌며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악화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지난해 1·4분기 4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적자의 늪을 탈출하는 듯했지만 2·4분기와 3·4분기 각각 631억원, 6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4·4분기에는 1·4~3·4분기 누적 손실을 웃도는 1,266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2013년 말 3조3,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발표한 뒤 2년여 동안 계열사·자산 매각으로 지난해 말 기준 이행률 108.6%를 기록, 목표 초과 달성에 성공했지만 컨테이너 운임이 내리막길을 걸으며 영업손실이 확대돼 좀처럼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2014~2015년 2년에 걸쳐 4,900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도 50%를 넘어섰다. 현대상선의 2014년 자본금은 9,114억원, 자본총계는 6,855억원으로 자본금 가운데 자본총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65.2%였지만 지난해 영업 악화로 자본금과 자본총계가 각각 1조1,825억원, 4,776억원을 기록해 비율이 36.8%까지 추락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후5시39분부터 오는 11일 오전9시까지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또 2015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실적이 최종 확정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며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현대상선은 또 이날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에이치라인해운이 현대상선 측에 매매대금으로 최대 1억달러(약 1,200억원)를 제공하고 3억5,000만달러(약 4,200억원)의 차입금을 떠안는 방식이다. 현대상선은 3월 중 거래를 매듭지을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벌크전용선 사업 부문 매각이 확정됨에 따라 이를 기반으로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하려던 계획은 철회했다.

현대상선 벌크전용선 사업부는 선박 12척(2016년 신조 3척 포함 15척) 규모로 한국전력 자회사와 포스코·글로비스 등과 16건의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있다. 벌크전용선 사업부의 지난해 3·4분기 매출은 8,000억원대로 현대상선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한다.

이번 매각은 2일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마련한 2차 자구안 가운데 하나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을 다시 매각하고 현정은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는 한편 벌크전용선과 부산신항만터미널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 문제를 일부 해소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의 한 관계자는 "해운시황 불황에 따른 운임하락으로 당기 순손실이 발생했지만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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