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지수 하루에 24% 상승...15일 중국 증시 개장이 향후 방향 가늠할 듯

설 연휴 대내외 악재가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코스피지수가 ‘쇼크’ 수준으로 급락하자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보기 드물었을 정도로 동시다발적으로 악재가 쏟아지고 있어 수 년 간 지속됐던 코스피지수의 박스권 하단이 깨질 수도 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코스피지수의 바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닷새간의 춘절 휴식기를 마치고 오는 15일 문을 여는 중국 증시가 추가 하락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개장과 동시에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는 전 거래일 대비 무려 24.24% 가까이 급등한 22.65까지 치솟았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토대로 한 달 뒤 지수가 얼마나 변동할지를 예측하는 지표로, 통상 코스피가 급락할 때 반대로 급등하는 특성 때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공포지수라고 불리기도 한다.


V-KOSPI지수가 하루에 24% 넘게 오른 것은 지난해 8월24일 전 거래일 대비 54.40% 오른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지난해 8월에는 북한의 지뢰도발에 이어 포격까지 가하면서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됐었으며, 중국 상하이 증시도 폭락을 거듭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높아졌던 시기다.

이날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변동성이 커진 것은 설 연휴 기간 응축된 대내외 악재들이 한꺼번에 분출되면서 고스란히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설 연휴 기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국제 유가 하락과 중국 외환 보유액 감소, 유럽은행 위기설 등 연이은 악재로 급락했던 선진국 증시의 충격파가 한국 증시의 ‘키 높이 맞추기’로 이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코스피지수가 연휴 기간 쏟아진 동시다발적 악재로 1,860선까지 밀려나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추가 하락의 범위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글로벌 통화정책의 공조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국내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코스피지수의 저점으로 평가받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 수준인 1,850선 내외서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유럽발 금융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지지선인 1,850선을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코스피가 장기 박스권 하단인 1,800선을 뚫고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 증시가 대세 하락의 징조를 보이고 있어 국내 증시도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는 상황”이라며 “1,800선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도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서 드러났듯이 수년간 글로벌 증시를 이끌어온 정부 정책의 약발이 통하지 않는 국면에 다다르고 있다”며 “코스피도 지난해 최저점인 1,800선 초반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닷새간의 춘절 휴식기를 마치고 오는 15일 문을 여는 중국 증시는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 여부를 결정짓는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춘절 연휴 이후 위안화 환율 등 중국발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의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오는 26~2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담을 전후로 한 위안화 환율 흐름과 유로존 은행들의 부실 리스크 추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