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인 살리자] "내가 최고" 그들만의 세상에 갇힌 소공인… 협업으로 위기 넘어라

1부. 기로에 선 소공인 <4> 우물 속의 기술장인
자부심이 되레 폐쇄성 불러… 모여 있지만 집적효과 못내
"시간없고 번거로울것 같아" 공동작업 경험 9.5% 그쳐
스타트업과 네트워크 구축… 시너지효과땐 신시장 창출

대전에 있는 금속가공 집적지에서 소공인들이 주문받은 제품을 다듬고 있다. /사진제공=전순옥의원실



서울 성수역 4번 출구 주변에는 신발 자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소공인들이 밀집해 있다. 신발 자재 업체들이 몰려 있다 보니 공동으로 원재료를 구매하거나 한데 모여 완제품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오히려 주변 사람들과의 협업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성수동에서 수제화 공장을 운영하는 한 소공인은 "신발 만드는 기술 하나로 먹고살아온 만큼 내 실력에 자신 있다"며 "주변을 둘러봐도 원하는 수준의 실력자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거래처와의 신뢰관계 유지도 협업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성수동의 또 다른 소공인은 "성수동 내부에서 함께 협업하면 좋겠지만 새로운 거래처와 신뢰관계를 새로 쌓기에는 부담이 된다"며 "같은 곳에 오래 있었지만 서로 경쟁하는 관계로 여겨 생각만큼 친하지 않다"고 전했다.

협업을 하고 싶어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하지만 생계에 쫓겨 이마저도 어렵다. 한 의류 관련 소공인 대표는 "소공인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목소리도 내고 소공인 전용 백화점처럼 판로를 공동으로 개척하고 구매 협상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협동조합을 구성해보려고 2년을 쫓아다녔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들이 많아 조합을 구성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소공인들은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으로 인한 폐쇄성과 생계에 따른 여건 부족 등으로 소공인 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공인들의 위기를 공동 제품 개발, 비용 절감 등의 협업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소공인들이 모여 있는 집적지마저 집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2015년 소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6,000개 업체 중 소공인 간 협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곳은 9.5%에 불과했다. 협업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협업활동이 번거로울 것 같아서(31.09%)' '협업활동 시간이 없어서(21.16%)' '협업 활동 대상이 없어서(16.22%)' '협업활동의 구심점이 없어서(16.08%)'라는 답변이 많았다. 박홍석 소공인학회 회장은 "일본의 경우 오랜 전통을 가진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4~5대를 거쳐 가업을 잇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장점은 협업을 잘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서로 다른 기술을 가진 소공인들이 모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스타트업, 디자인 업체 등 소공인 외부와의 네트워크 구축도 중요하다. 스타트업이나 디자인 업체가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소공인이 제작하면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소공인 생태계에 젊은 인력이 간접적으로 유입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전순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젊은 사람들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트렌드를 읽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 기술력을 가진 소공인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양쪽 모두 윈윈 하게 될 것"이라며 "소공인특화지원센터가 중심이 돼 이들의 네트워크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스타트업들도 제조기반을 확보해 성장하고 싶지만 관련 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웨어러블 밴드를 제조하는 직토의 김경태 대표는 "웨어러블 밴드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제조업체를 찾기가 어려워 인터넷을 통해 간신히 찾았다"며 "우리의 경우 다행히 제조업체를 찾았지만 다른 스타트업의 경우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중요한 작업을 인터넷 검색에 의존해야 하고 제조업체를 찾는다고 해도 스타트업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계약을 성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용빈 디자인진흥원 원장은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제조업을 하는 소공인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창업 플랫폼이 나오게 된다"며 "올해부터 관련 지원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강광우·백주연기자 pressk@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