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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안모(39)씨는 지난 연말에 받은 성과급 200만원을 어떻게 굴릴까 고민하다 벤처 기업에 투자해보기로 결정했다. 올해 1월말부터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일반인도 손쉽게 스타트업 기업의 지분에 투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 지인에게 들어서다. 안 씨는 "벤처 투자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소액으로 투자할 만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일반 개인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벤처기업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창업기업 등이 온라인 펀딩 포털을 통해 다수의 소액투자자에게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 지난해 7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법무법인 지평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이 증권 금융업계 전반에 가져올 변화가 매우 클 것으로 내다보고 관련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행령 개정 이전에는 개인이 벤처기업의 지분을 사는 형태(증권형)의 투자는 할 수 없었다. 단순히 자금을 기부(기부형)하거나, 회사의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형태(리워드형)로만 투자할 수 있었다.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는 곳은 창업 7년 이내 기업이 원칙이다. 하지만 벤처기업이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은 창업한 지 7년이 지나도 크라우드 펀딩에 나설 수 있다.
투자구조는 이렇다. 기업이 신청하면 크라우드 펀딩업체는 회계법인 등과 함께 실사를 통해 지분 가치를 평가한 뒤 관련 정보를 사이트에 등록한다. 개인투자자는 등록된 기업 가운데 마음에 드는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면 된다. 투자를 통해 인수한 증권은 예탁결제원에 보관된다. 이후 투자 기업이 상장하거나 매각에 성공하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일반인은 1개 기업당 200만원, 연간 총 5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으며 기관 등 전문투자자는 투자한도에 제한이 없다.
심희정 지평 증권금융팀 변호사는 "상장 요건이 안되는 초기 기업도 증권신고서 승인 같은 절차 없이 비교적 간단하게 새로운 자금 조달 창구를 마련하게 됐다"며 "투자자들도 저금리 시대에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당 연간 7억원으로 제한된 조달 한도나,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은 시행령이 보완해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심 변호사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야 하던 금융증권업의 패러다임이 온라인 직거래로 변하게 될 것"이라며 "시행 초기인 만큼 관련 분쟁이나 부작용을 줄여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흥록기자 ro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