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된 '대기선수'… 테일러 11년 만에 우승컵

PGA AT&T 페블비치 프로암서 대역전극
최종일 7언더 몰아쳐 통산 3승
미컬슨 마지막홀 버디 실패 2위
강성훈 공동 17위·김시우 35위

11년 만에 다시 우승을 맛본 본 테일러(40·미국)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1.5m 버디 퍼트를 놓쳐 연장전 기회를 날린 필 미컬슨(46·미국)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6,816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잊힌 이름의 테일러는 대기선수로 잡은 출전기회를 우승으로 연결하며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대회 4라운드에서 후반에만 버디 5개를 집중하는 등 7언더파 65타(최종합계 17언더파 270타)를 몰아쳐 단독 2위 미컬슨을 1타 차이로 따돌렸다.


테일러는 지난 2004년과 2005년 리노-타호 오픈에서 2승을 올렸지만 2012년에 PGA 정규 투어 출전권을 잃은 후로는 결원이 생긴 대회에 간간이 얼굴을 비쳤다. 주로 2부 투어에서 활동했고 이번에도 2부 투어 대회 참가차 남미에 머물다 페블비치로 왔다. 10년 6개월 만에 통산 3승째를 거둔 테일러는 상금 126만달러(약 15억2,000만원)와 함께 2년간의 투어카드를 챙기는 감격을 누렸다. 아울러 조지아주 오거스타가 고향인 그는 인근 오거스타내셔널에서 4월 열리는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 8년 만에 참가할 자격도 확보했다. 세계랭킹도 447위에서 100위로 껑충 뛰게 됐다.

선두 미컬슨에 6타 뒤진 테일러가 전반에 2타를 줄였을 때만 해도 선두권은 미컬슨과 요나스 블릭스트(스웨덴), 이와타 히로시(일본)의 3자 대결로 보였다. 하지만 테일러가 후반 불을 뿜었다. 10번홀에서 1타를 줄인 그는 13번부터 16번홀까지 4연속 버디 행진을 펼쳐 2타 차 선두로 먼저 경기를 마쳤다. 15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한 볼이 그린에 있던 동반자 맷 존스의 볼을 맞힌 뒤 홀 가까이에 멈춘 행운도 따랐다.

우승에 목마른 미컬슨도 포기하지 않았다. 2타 차 선두로 출발했으나 16번홀까지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잃은 그는 17번홀(파3)에서 3.5m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구며 1타 차로 따라붙었다. '쇼트게임 마술사' 미컬슨이 파5인 마지막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앞쪽까지 보내자 연장전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러나 그는 약 20m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을 짧게 보냈고 1.5m 버디 퍼트마저 홀 왼쪽 모서리를 맞고 돌아 나오자 한참 동안 고개를 떨궜다. 이 대회 다섯 번째 우승과 통산 43승 달성을 노렸던 미컬슨은 2013년 브리티시 오픈 이후 50개 대회에 걸친 '우승 가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3타 차 공동 3위로 출발한 강성훈(29·신한금융그룹)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5타를 잃어 공동 17위(8언더파)로 밀렸다. 한편 우승자 테일러는 "다시 우승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로 소감을 밝혔고 미컬슨은 "18번홀에서 퍼트가 들어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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