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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로 예정된 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도 노동개혁 4개 법안(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파견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4월 총선 일정 등으로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 1년이 넘는 노사정 합의와 정부·여당의 노력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17일 국회와 정부 등에 따르면 23일 국회 본회의를 기점으로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면 정치권이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돌입하면서 1년 이상을 애써 온 노동개혁법안 통과가 좌초될 상황이다. 이는 19대 국회에서는 사실상 법안의 폐기를 뜻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5월 말까지인 19대 국회는 총선 이후에도 임시국회를 열어 물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선거가 임박하거나 끝난 시점에서 의원들을 소집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3월에도 (임시국회가 열릴 수 있어) 가능하고 5월에도 (임시국회가 열릴 수 있는) 물리적인 기간은 남아 있다"며 마지막 불씨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대세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노동개혁 5개 법안을 발의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이후 노동계의 반발로 한 발짝도 진전이 없어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이 기간제법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자며 한발 물러나 4개 법안만 통과시켜줄 것을 호소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가 이어져 오고 있다. 노사정 합의도출 과정까지 감안하면 1년 이상의 노력들이 성과 없이 끝나게 된 것이다.
정부와 국회 투트랙으로 추진된 노동개혁에 있어 국회는 책임을 방기하며 걸림돌이 됐다. 갈등을 중재할 생각보다는 표만 의식해 인기 위주 발언만 남발하는 '오럴해저드'의 극치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실제 야당은 청년실업을 포함한 고용시장 악화에 대한 우려는 입이 마르도록 얘기하면서 정작 이를 해결할 대책인 개혁법안 통과는 주저했다. 노동계 눈치만 본 결과다. 독일의 노동시장 개혁을 이끈 '하르츠 개혁'을 본받자고 해놓고도 실제 국회에서는 나 몰라라 했던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17년 만에 9·15 노사정 대타협을 이뤘지만 국회 입법을 하지 못해 실행이 불투명해지면서 그 의미도 크게 퇴색되게 됐다. 특히 금형·주조·용접 등 뿌리산업과 고소득 전문직, 55세 이상 고령자에 파견을 확대하는 파견법은 노동개혁을 대표하는 법안이자 시급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지만 야당은 반대만을 고집하고 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간제법도 후퇴한 마당에 야당과의 절충점을 찾지 못해 파견법마저 빠진다면 노동개혁의 본질은 없다"며 "힘든 경제상황과 입법 취지를 살리려면 뿌리산업 파견 허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나마 정부가 노동계 반발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지난달 일반해고·취업규칙 등 2대 지침(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공공·금융을 중심으로 성과연봉제를 확산시키며 개혁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노사정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현장에서 착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노동개혁 법안 통과가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이번에도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결국 원점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연초부터 수출과 내수 모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라는 혹을 하나 더 얹어야 할 상황이다. 당장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통상임금 때와 마찬가지로 산업 현장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재계는 약 12조원의 추가 부담이 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더욱이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구조조정 압박이 큰 상황에서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60세 정년이 시행됨에 따라 3~4년간 고용절벽이 우려된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매듭 지을 때 지어야지 한 타이밍을 지나면 동력이 식어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