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산과 저금리, 장기 내수 침체 등의 영향으로 보험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보험 업계가 추가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새 시장 개척을 위해 애쓰고 있다. 고령층·유병자 등 그간 위험률 등을 이유로 외면했던 소비자들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신상품 개발·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웨딩보험·드론보험 등 시대상을 반영한 이색 상품 개발도 잇따라 시도하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로 가구 구조가 변하고 불황 심화로 개별 가구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서 보험을 찾는 소비자들 역시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말 생명보험협회가 전국 2,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제14차 생명보험 성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민영생명보험 가입률은 81.7%로 지난 2006년 85.7%를 고점으로 계속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구당 민영생명보험 평균 납입 월보험료 역시 2009년에는 41만5,000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36만4,000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생보협회 관계자는 "경기 침체 지속에 따라 신규 가입이 감소하고 평균 가구원 수도 줄면서 보험 가입률, 평균 가입 건수, 납입보험료 규모가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보험 시장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보험사들은 새 수익원 발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우선 보험사들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던 일본 보험 시장을 벤치마킹해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들을 위한 질병 보험과 노후 대비 연금 상품 등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삼성화재를 비롯해 NH농협생명·KB손해보험·AIA생명·흥국생명 등은 새해 신고 상품으로 고령자·유병자 대상 보험 상품을 앞세웠고 교보생명은 생활보장보험을 새로 내놓으면서 가입 나이를 기존 60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등 고령층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색 상품을 앞세워 신규 계약 유치에 나서는 보험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예기치 못한 파혼이나 신혼여행 불발 등에 대비한 웨딩보험을 내놓은 롯데손보와 업계에서 처음으로 한방실손을 선보인 현대라이프, 드론 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는 드론보험을 출시한 현대해상 등이 대표적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색 보험이 당장 회사 수익에 크게 기여하지는 않지만 신규 고객 유치에는 도움이 된다"며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금융 당국도 새로운 상품 개발을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도 눈에 띄는 보험상품들이 계속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상품 전략과 함께 판매 채널 전략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20~40대를 중심으로 인터넷·모바일을 통해 보험 관련 정보를 습득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전속 설계사 중심의 전통적 영업만으로는 계약자 추가 발굴이 어려워진 탓이다. 이에 따라 현대해상, 롯데손보, 메리츠화재 등은 CM 전용상품 개발 및 전용 판매 채널을 새롭게 내놓았고, 삼성생명은 설계사간 보험계약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해 설계사들이 기존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또 삼성화재는 판매 자회사를 만들어 자사 상품은 물론 다른 생보사 상품까지 팔겠다는 계획이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