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부실수사 도마에

통영함 장비 납품비리 의혹 前 해군총장 항소심도 무죄
법원 "허위보고서 관여 안했다"

통영함 납품 비리의 정점으로 지목됐던 황기철(59) 전 해군참모총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검찰이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을 출범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지만 1심에 이어 2심 법원마저도 황 전 총장의 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면서 검찰의 통영함 수사 전반이 도마에 오르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이승련 부장판사)는 24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 전 총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황 전 총장과 함께 음파탐지기 평가 결과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오모(58) 전 대령도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황 전 총장은 지난 2009년 통영함 장비 납품사업자 선정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재직했다. 당시 미국계 H사의 성능 미달 음파탐지기가 납품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허위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황 전 총장의 핵심 혐의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통영함 음파탐지기 제안서 작성 자체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허위공문서를 작성할 배임의 고의가 있다고 보려면 명백한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검찰이 제시한 동기는 그 자체로 설득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입증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황 전 총장이 진급할 욕심으로 정옥근 당시 해군 참모총장의 해군사관학교 동기인 김모씨가 소개한 업체를 지지하려 했다고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통영함 장비 선정이 잘못된 이유는 부적절한 요구성능 설정과 부실한 시험평가가 이뤄진 전체 과정에 있다"며 "그 부분은 해군이 핵심적으로 관여한 부분이어서 방사청이 독자적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결론 냈다.

통영함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1,590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2년 순수 국내 기술로 지은 최신 구조함정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발생 당시 통영함을 구조에 동원하자는 여론이 일었으나 정작 통영함은 장비 불량 등으로 2년이 넘도록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 조사 결과 통영함의 음파탐지기는 1960~1970년대 기술 수준이라는 점도 밝혀졌다.

검찰은 이를 계기로 방산비리합수단을 출범시켜 수사에 나섰지만 항소심까지 무죄로 판결 나면서 수사 내실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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