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이유있는 '족보' 과시

1988년 삼성 최초 휴대폰부터 손목시계형·TV폰·갤노트까지
부스 절반 과거 제품으로 채워… '모바일 역사 30년 선두' 각인

1988년 삼성 최초의 휴대전화 SH-100
삼성전자가 MWC 부스에 전시한 1988년 삼성 최초의 휴대폰 'SH-100. /바르셀로나=공동취재단
1999년 워치폰 SPH-WP10.
1999년 삼성의 세계 최초 손목시계형 휴대폰 'SPH-WP10'. /바르셀로나=공동취재단

지난 22일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삼성전자는 전시 부스 절반 이상을 '모바일 역사 코너'에 할애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초 신화로 채워진 이 전시 공간 덕분에 중국 등 역사가 짧은 후발주자 해외 업체 부스 사이에서 삼성전자의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내 독보적 입지가 더욱 뚜렷이 부각되는 분위기였다.


통상 최신 제품만 전시하는 MWC에서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지난 28년의 모바일 역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총 12개의 제품을 전시했다. 이른바 '벽돌폰'이라고 불리던 1988년 삼성 최초의 휴대폰 'SH-100'을 비롯해 1999년 손목시계형 휴대폰 'SPH-WP10', 1999년 TV폰 'SCH-M220', 1999년 MP3폰 'SPH-M2500', 2004년 가로화면 휴대폰 'SCH-V500', 2006년 위성DMB폰 'SCH-B100', 2011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결합 형태인 패블릿 '갤럭시노트' 등 절반가량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세상에 내놓았던 제품이었다. 당초 갤럭시A·갤럭시J 시리즈 등 중저가폰 신제품 라인업을 전시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를 제외한 모든 전시물을 마치 박물관처럼 과거의 제품으로 채웠다.

효과는 분명했다. 30여년의 모바일 역사에서 오직 삼성전자만이 최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이미지를 관람객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마침 소니·노키아 등 과거 잘나가다 몰락한 업체들과 화웨이·ZTE 등 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회사들의 부스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 대비 효과는 더욱 드라마틱했다. 마치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에 담긴 신기술과 노하우는 30여년 동안 이어진 수많은 실험적 시도와 세계 최초 기술의 집합 속에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과시하는 듯했다. 남들이 중저가폰으로 채운 공간을 역으로 '족보'로 채우면서 차별화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의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는 지난 28년간 삼성전자의 끊임없는 기술혁신 속에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다른 제품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설명했다.

/바르셀로나=윤경환기자 ykh2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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