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SKT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찬성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재 CJ가 케이블TV사업(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에 매각하기로 하고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건이 방송통신업계에 주는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본다. 그래서인지 정부의 결정에 촉각을 세우고 논의마저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일반인은 방송을 청취하는 수단에 어떤 것이 있는지 잘 모른다. 공중파(지상파), 케이블 TV, IPTV 정도만 알고 있다. 시청자는 채널을 돌리는 데 관심이 있을 뿐, 공중파를 시청하는지 케이블 TV 또는 IPTV를 시청하는지는 관심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내용만 재미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생존이 걸려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문제 되는 것은 SK텔레콤 같은 통신사가 케이블TV같은 방송사를 인수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통신사인 KT는 이미 IPTV를 운영하고 있고, 그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의 추이를 보면 IPTV와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는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OTS는 IPTV와 위성방송 결합상품을 말한다. 이 사업구조를 보면 다양한 결합상품을 제공할 경우 소비자는 당연히 그쪽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T는 본질적으로 통신회사이지만 방송쪽에도 사업을 넓혀나가고 있고, 이 같은 방향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 사업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바람직한 것으로 여겨진다. SK브로드밴드 IPTV 사업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케이블TV쪽은 가입자가 점차 줄어들어 걱정이다.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들이 경쟁 플랫폼 IPTV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보면 CJ그룹은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 보자. 미국 케이블TV 가입자는 2010년 6,039만명에서 2014년 5,350만명으로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그 이유는 유료 케이블TV보다 저렴하고 편리한 대체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제작, 유통, 전송 등 방송 각 부분을 모두 갖춘 소수의 종합 방송사업자들이 업계를 지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글로벌 통신사들은 미디어기업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 세계 방송통신 M&A는 2014년 상반기에만 3,000억 달러 규모로 전년동기 대비 3배 증가했으며, 최근 수년간 미국 AT&T, 일본 KDDI, 스페인 텔레포니카 등 대형통신사의 방송사 인수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적 M&A로 번지고 있다. 영국 통신사 보다폰이 독일 최대의 케이블업체 카벨도이칠란트를 인수했다. 산업 내 재편은 방송통신시장의 저성장에 따라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경우 모바일 성장률이 1년만에 5% 이상 하락했고, 유선시장은 성장정체를 지나 역성장의 터널에 진입했다. 케이블TV 산업도 매출 증가폭이 넷플릭스(미국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 대비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근래 우리나라 방송과 통신 시장 역시 침체에 직면했다. 유료방송은 가입자당 매출이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인 7달러로 저가 경쟁이 반복되고, 여전히 케이블TV 가입자의 절반이 저품질의 아날로그 방송을 시청 중이다.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산업간 융합으로 ICT 생태계의 새지평을 열겠다던 정부 정책의 과실만을 기다리기에는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 2014년 종합유선방송의 매출 감소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며 호황을 누리던 통신업계의 실적도 2015년 들어 뒷걸음질이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기업들은 국내시장을 호시탐탐 눈여겨보고 있다. 하락 국면에 다가선 방송통신 산업이 자칫 관성을 이기지 못한 채 오히려 쇠퇴의 가속도가 붙지 않을까 우려된다.

위기를 탈피할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에, SK와 CJ가 통신과 방송 영역간 M&A를 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M&A를 위기 극복의 전환점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경쟁구조 변동이 초래할지 모를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반대입장은 SK-CJ간 M&A로 결합상품 지배력이 방송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고, 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출로 지역성이 훼손될 수 있는 점 등에 대해 우려한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방송통신 산업의 체력이 고갈돼 있다는 점이다. 하향곡선을 그리는 방송통신 산업의 기울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현실에 안주해서는 미래는 없다는 것이 전제된다. 시장의 자생력을 키우고, 진화하는 방송통신산업의 초석이 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위기에 처한 방송통신 산업에서도 혁신과 구조재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지금은 인터넷 포털사인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과 애플이 각각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시대다. 다만, 정부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붙여 기업구조조정의 극대화를 반감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최준선 교수 성균관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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