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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25일 상장·공모 관련 제도를 손질하기로 한 것은 활발한 기업공개(IPO)를 유도해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돕고 침체에 빠진 주식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한국거래소의 기업 상장 요건을 업종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각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전통 제조업과 정보통신(IT),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에 각각 다른 상장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거래소 상장 심사 규정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기업에 일정 기준의 매출액, 순이익,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IT·바이오·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거 전통 제조업 분야를 겨냥해 상장 기준을 마련해놓은 것인데 아직도 재무적 요소만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 나스닥(NASDAQ) 등 해외시장의 다양한 기업 상장 요건을 참고해 국내 증시에 맞게끔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5년 마련된 기술특례 상장제도를 보다 간소화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재무 상태는 좋지 않지만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외부 기관의 기술력 평가를 받아 증시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동안 기술특례를 통한 상장기업은 많지 않았지만 거래소가 평가기관 수를 줄이고 평가기간도 단축한 결과 지난해는 총 12개 기업이 기술특례를 활용해 코스닥에 상장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성장 기업에 대한 기술평가를 보다 단순화해 상장 속도를 높이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이 경매 형식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해 공모가를 결정하는 현재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공모가가 기업이 제시한 희망 범위 내에서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을 통해 결정되는 구조는 상장주관사의 역할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경매 형식으로 이뤄지는 공모주 수요예측 제도를 강제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주관사가 기업과 직접 공모가를 결정해서 시장에 제시하는 방식이 낫다"고 말했다.
다만 주관사의 자율성이 확대되는 만큼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판단이다. 이형주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국내 증시에서 기업 상장 이후 발생하는 문제는 거래소에서만 책임을 지우는 경향이 있다"며 "주관사가 중개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함께 떠안는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