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유류세 못내리는 속사정은] 불안한 노후… 더 불안한 빚… 허리띠 바짝 졸라맨 서민들

■ 지난해 소비성향 역대 최저
개소세 인하·'블프' 불구 대출이자 갚느라 지갑 닫아
소득증가율도 6년래 최저… 살림살이 갈수록 팍팍해져


지난해 정부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개최 등 가계의 지갑을 열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평균소비성향은 또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불안한 노후 대비,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등 구조적 요인이 워낙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6일 통계청의 '2015년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71.9%로 전년에 비해 1%포인트 하락했다. 2012년(74.1%) 이후 4년 연속 사상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평균소비성향은 가처분소득 중 소비액 비중으로 지난해 가구가 100만원의 가처분소득 중 71만9,000원만 소비했다는 의미다.


이는 가계가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 씀씀이를 줄이는데다 1,200조원이 넘는 막대한 가계부채의 원리금을 상환하느라 쓸 수 있는 돈도 줄었기 때문이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인구구조 변화에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등이 겹쳐 당분간 소비성향이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조적인 소비저하가 내수를 계속해서 짓누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가계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소비지출액이 256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0.5% 불어나는 데 그쳤다. 증감률은 금융위기 여진이 한창이던 2009년(1.7%)보다 낮으며 비교 가능한 2004년 이후 가장 저조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 증감률은 오히려 0.2% 감소했다.

항목별로도 주거비·식료품·병원비 등 꼭 필요한 곳에만 지갑을 열었다. 주거·수도·광열에 전년보다 4.6% 증가한 월평균 27만7,000원을 썼다. 육류가 6.7% 증가한 5만6,100원, 채소 및 가공품이 4.3% 불어난 3만7,100원, 보건비가 3.6% 상승한 17만 4,400원이었다. 반면 의류·신발 지출액은 16만2,000원으로 4.4% 줄었다.

경기둔화로 소득도 지지부진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7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감률은 2009년(1.2%)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다. 실질소득은 0.9% 증가하는 데 그쳐 경제성장률(2.6%)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월급쟁이들이 벌어들인 근로소득은 1.6% 증가했으나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나빠지면서 연간 사업소득(-1.9%)은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세금·사회보험료 부담은 늘어나 가계의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해졌다. 지난해 주택거래량이 늘며 취득세가 증가한 영향으로 비경상조세가 9.5%나 늘었으며 근로소득세 등 경상조세도 2% 불었다. 사회보험료·연금 지출액도 각각 3.7%, 2.4% 상승해 지난해 소득증가율(1.6%)을 모두 뛰어넘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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