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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장기화로 재정이 악화돼 부도 위기에 내몰린 중남미 산유국 베네수엘라가 빚을 갚기 위해 보유한 금을 대거 처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재정확충을 위해 최근 자국의 휘발유 값을 60배나 올리고 통화가치를 37%나 평가절하하는 등 긴급대응에 나섰지만 유동성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올해 안에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25일(현지시간) CNN머니는 스위스 연방관세청의 자료를 인용해 베네수엘라가 지난 1월 한 달 동안 약 13억달러(1조6,068억원) 상당의 금괴를 스위스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가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23억달러의 부채를 갚기 위해 대량의 금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CNN머니는 밝혔다. 단기간에 많은 양의 금을 해외로 보내는 것은 매운 드문 사례로 시장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가 스위스에서 금괴 품질인증을 통해 바로 금을 팔아 현금화하거나 스위스에 금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대출 받는 금 스와프 거래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달 초 독일 도이체방크와도 금 스와프 협상을 벌인 바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총 외환보유액은 150억달러로 이 중 109억달러어치가 금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보유외환도 다이아몬드나 은으로 채워져 있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현금은 1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채무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올해 안에 부도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잇다.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베네수엘라가 부채상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유동성 고갈로 올해 4·4분기에 파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베네수엘라는 이달에 채무를 갚는다고 해도 오는 10월과 11월에 50억달러의 대외채무를 또 갚아야 한다. 마우로 로카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대외 채무를 갚을 돈이 너무 부족하다"며 "베네수엘라의 경제 사정은 세계 최악으로 아주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베네수엘라가 유가 회복을 위해 앞장서 산유량 감산 논의를 이끌고 있지만 이날에도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합의한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아직은 어느 국가도 감산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면서 "어느 시점의 산유량을 기준으로 감산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라며 감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저유가로 기업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세계 최대 정유업체인 엑손모빌의 향후 현금 흐름이 악화될 수 있다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세계 2위의 유전서비스 업체 핼리버튼은 전체 인원의 8%에 달하는 5,000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최용순기자 seny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