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는 절벽인데 해외소비 첫 200억弗 돌파

국내선 지갑 닫고 해외선 열어
성장률 0.1%P 갉아먹은 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해외여행이 가뜩이나 고전하는 내수에 새로운 복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해외여행과 여행과정에서 쇼핑이 '필수'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자리 잡으면서 지난해 해외여행객과 소비액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경기 침체로 소득은 정체돼 있어 해외여행 경비가 늘어날수록 국내에서의 씀씀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내수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실정이다.


28일 한국은행·한국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객은 1,931만명으로 전년에 비해 20% 급증하며 사상 최대에 달했다. 지난 1월에도 해외여행객이 211만명으로 월간 기록을 갈아치운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전체로는 2,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여행객은 인구 규모가 두 배 이상인 일본(약 1억3,000만명)의 해외여행객(1,621만명)보다 19%(310만명)나 많았다.

해외소비도 덩달아 급증했다. 지난해 해외여행 소비액은 212억7,000만달러(국제수지 내 일반여행지급)로 사상 처음으로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경제가 팽창하면 해외여행과 해외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지만 문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해외소비액은 전년보다 9.3%(18억달러) 급증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증감액은 7%(정부의 GDP디플레이터 전망치 2.3% 차감)로 실질 경제성장률(2.6%)의 2.5배를 넘었다. 반면 전년 대비 전체 민간소비 증가율은 2.1%에 그쳤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으로 쓴 돈을 원화로 환산하면 약 24조1,000억원(평균 환율 1,131원52전 적용)에 달한다. 만약 해외소비액이 경제성장률만큼만 늘어나고 나머지(약 9,400억원)가 국내 민간소비로 쓰였다면 경제성장률이 약 0.1%포인트 제고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바꿔 말하면 과도한 해외여행 소비로 성장률이 0.1%포인트 깎였다는 의미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를 대비한 소비 축소,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뿐만 아니라 빠르게 불어나는 해외소비도 내수를 짓누르는 구조적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우리보다 인구는 많아도 해외여행객은 적은 일본처럼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리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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