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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미국·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들이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하며 역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중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초안에 합의하면서 북핵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모양새를 연출했지만 제재 이후 대화와 협상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군사적으로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美·中, 잇단 군사력 과시
미국은 최근 일주일 새 두 차례(20·25일, 현지시간 기준)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를 시험 발사했다. 미군은 또 북한의 핵실험 직후부터 B-52 장거리 폭격기를 비롯해 핵추진 잠수함 노스캐롤라이나호, F-22 스텔스 전투기 등을 잇따라 한반도에 출격시켰다. 다음달 초 한반도 주변에서 실시되는 키리졸브·독수리 연합 훈련 등을 위해서도 각종 전략무기를 집결시킬 예정이다.
중국도 이에 질세라 관영매체 CCTV를 통해 미사일 발사 장면과 기동훈련 장면 등을 공개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CCTV는 지난 18일 '군사기록'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거리 1만3,000㎞의 ICBM인 둥펑-31A의 실제 발사 장면을 최초로 공개했다. 중국 해군 남해함대 소속 구축함 부대는 지난 17~21일 남중국해상에서 첫 실탄 사격훈련을 진행했다. 앞서서는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21D 전략 미사일 발사 훈련 장면과 둥펑-31을 동원해 실시한 기동훈련 장면 등을 내보냈다.
미국의 군사력 과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일차적인 명분이지만 중국을 상대로 한 계산도 있다. 차제에 군사적으로 확실히 우위에 있음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도 이에 맞서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힘겨루기적 측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상호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
대화 국면 협상력 높이기
더 나아가서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이후 전개될 대화와 협상 국면을 앞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동북아 패권 쟁탈전으로 전개될 협상국면에서 먼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보유하고 있는 군사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은 제재 국면에서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며 한발 양보했지만 이를 매개로 6자회담 재개 및 북한이 강조해온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논의를 주장하며 대북 레버리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가장 긴박한 것은 조선(북한) 핵 문제를 대화·담판의 궤도로 되돌려놓는 것"이라며 "중국은 '비핵화-평화협정 체결' 병행 추진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협정은 주한유엔군사령부 해체, 주한미군 철수 논의 등으로 이어지며 한반도 안보 지형을 뒤흔들 정도의 파급력을 지닌 이슈다. 미국도 최근 '선(先)비핵화'를 강조하던 기존 스탠스에서 '평화협정 논의에 비핵화도 포함돼야 한다'며 미묘한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자칫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한반도 운명을 둘러싼 미중 사이의 고공협상이 전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가장 선호하는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미일 공동상륙훈련 등 슬그머니 자위대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군대 보유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헌법 9조 개정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올여름 예정된 참의원 선거 승리를 통해 개헌에 나설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나카타니 겐 방위상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최근 잇따라 TV에 출연해 헌법 9조 개정론을 주장하고 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