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본지 단독 인터뷰

"강관사업 가동률 끌어올리기 총력… 추가 M&A 없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남대문 상의에서 열린 한국은행 총재와의 조찬 간담회 이후 기자와 만나고 있다. /이호재기자


17일 오전 서울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초청 조찬간담회' 직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순형(사진) 세아그룹 회장은 웃는 낯으로 기자를 대했지만 표정에는 근심도 묻어났다. 최근 세계 경기침체와 철강업 부진, 특수강시장 경쟁 심화 등에 대한 고민이 많은 듯했다.

그는 "세계 경기침체로 플랜트 설비 같은 공사가 줄어 해외 강관사업이 어렵다"며 "애착이 있는 분야인데…"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는 특수강 등이 주된 수익원이지만 이 회장은 지금의 세아그룹을 있게 한 모태 사업 강관 부문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세아창원특수강(옛 포스코특수강)을 인수하고 신규 투자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인수합병(M&A)보다는 현재 사업을 잘 꾸리는 것만으로도 바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현대제철의 특수강 사업 진출을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아그룹은 세아베스틸과 지난 3월 공식 출범한 세아창원특수강 등을 통해 특수강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특수강은 자동차 엔진이나 변속기 등 핵심부품에 들어가는 소재로 부가가치가 높다. 세아베스틸은 국내 특수강 부문 시장 점유율이 47.7%(올해 9월 말 기준)에 달하며 철강업에서는 높은 수준인 두자릿수대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현대제철이 특수강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충남 당진에 1조1,221억원을 들여 공장을 지으면서 거대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제철 특수강공장은 이미 완공돼 현재 시험 운전 중이며 내년 2월 상업생산에 돌입한다. 당진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100만톤 수준으로 세아베스틸(265만톤)의 3분의1을 웃돈다. 특히 특수강이 주로 자동차 부품 소재로 쓰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대차와 기아차 등 막강한 수요처를 계열사로 확보한 현대제철의 특수강 진출은 세아그룹에 치명타를 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회장은 "특수강공장이 가동을 시작해 6개월 정도면 안정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며 "현대는 빨리 잘 하기 때문에 더 앞당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제철이 고로사업 진출을 선언했을 때 자동차용 소재를 만들기까지 10년가량 걸릴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을 뒤엎고 3년 만에 성공했듯 특수강 사업도 빠르게 정착시킬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이에 따른 대책을 세웠는지 묻자 이 회장은 "해외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국내 생산성을 높여야겠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며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수강도 중요하지만 강관 사업 부진을 더 걱정했다. 세아그룹은 1960년 부산에서 작은 파이프 회사로 출발했다. 현재 특수강이 주된 먹거리지만 강관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세아그룹도 존재할 수 없었다.

이 회장은 고민이 가득한 표정으로 "애착을 갖고 있는 강관 부문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게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가 하락으로 해외 플랜트 등 설비 수요가 줄면서 강관 공장을 절반밖에 돌리지 못하고 있다"며 강관 부문 부진 해소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세아제강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공장 가동률은 69%로 강관을 주로 하는 순천공장과 포항공장 가동률은 36%, 62%에 그치고 있다.

이 회장은 당분간 M&A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지난해 세아창원특수강을 인수했고 올해 8월에는 1,400억원을 들여 발전·조선용 무계목강관 생산 설비 투자를 단행한 만큼 사업 확장보다는 내실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동부제철 등 최근 시장에 나온 철강사나 설비에 관심이 있는지 묻자 "현재 사업을 잘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다"고 밝혔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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