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상승 동력 한계"… 코스피 '장기 박스권 상단' 문턱서 주춤

외국인 8일 만에 팔자 전환… 0.6% 하락 1,950선 아래로
1분기 실적 둔화 우려 등에 관망확산 거래량도 안늘어
글로벌 정책공조 기대 유효… 숨고르기후 상승할 수도


글로벌 정책 이벤트의 훈풍을 타고 모처럼 상승세를 이어가던 코스피지수가 장기 박스권 상단에 가까워지자 힘을 잃고 있다.

기업실적 둔화 등 추가 상승을 이끌 만한 자체 동력이 부족한 가운데 최근 코스피지수의 적정 가격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단기 기술적 저항선까지 치솟으면서 관망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책 공조 효과를 등에 업은 글로벌 증시의 상승 기조가 여전히 유효한 만큼 코스피지수가 '숨 고르기' 과정을 거쳐 다시 추가 상승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60%(11.78포인트) 내린 1,946.09에 거래를 마쳐 1,950선 아래로 밀려났다.


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최근 7거래일 연속 코스피 대형주들을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지만 이날 1,000억원 가까운 주식을 내다 팔며 8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전날 코스피가 올 들어 처음으로 장중 1,960선을 넘어서자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쏟아진 차익실현 매물이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피지수가 장기 박스권 상단인 1,950~2,000선에 근접하자 시장에서는 상승 동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2월30일 1,961.31로 폐장한 후 올 들어서는 종가 기준으로 2개월 넘도록 단 한 차례도 1,960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올 1·4분기 영업이익 최근 추정치가 연초 대비 4.4% 줄어드는 등 1·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올 들어 번번이 1,960선 돌파에 실패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950선이 단기 박스권 상단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고해지는 분위기"라며 "내부적으로도 기업실적을 비롯한 자체 상승 모멘텀을 찾아보기 어려운 만큼 최근의 코스피 상승세도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본격적인 상승 랠리의 신호탄인 주식 거래량이 늘지 않고 있는 점도 낙관적 전망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1,950선을 넘어섰지만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여전히 4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의 증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향후 지수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증거"라며 "더욱이 기업이익의 개선 신호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기선'으로 불리는 120일 이동평균선인 1,960선이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주식 비중을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단기간에 걸친 국내 증시의 가파른 상승세로 코스피의 가격 지표가 크게 뛰어오른 점도 추가 상승의 부담이 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99배로 장기 박스권 상단인 11배에 근접했다. 지난 2000년 이후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가 11배를 넘은 경우는 2007년 중국발 상승 랠리와 2009년 금융위기 직후 글로벌 정책 공조 등 단 두 번에 불과했다.

반면 이달 안에 줄줄이 발표될 글로벌 정책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추가 상승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달 중순 이후의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일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글로벌 증시의 반등 기조도 훼손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글로벌 정책 공조 효과가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을 방어해주면서 기업들의 실적 감소세가 점차 둔화되고 유가와 환율 등 대외변수들이 개선되면 다음달부터 추가 상승해 2,000선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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