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 물고문까지, 끝모를 아동학대 비극

4세 딸 암매장 계부 "아내의 가혹행위로 숨져... 베란다에 사흘간 방치"

5년 전 암매장당한 네 살 배기 딸이 친모로부터 욕조에서 가혹행위를 당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 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사망한 아이의 시신이 냉동고에서 발견된 사건부터, 아이의 몸에 락스를 퍼붓는 등 비정한 계모의 괴롭힘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경기 평택의 신원영군 사건까지, 올해 드러난 것만 벌써 5번째다.


4살짜리 딸을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로 19일 경찰에 체포된 아이의 의붓아버지 안모(38) 씨는 아이의 친모이자 자신의 아내인 한모(36) 씨가 집안 화장실의 욕조에서 딸을 상대로 가혹행위 해 숨졌다고 진술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딸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체포한 계부 안 씨로부터 “애 엄마가 소변을 못 가린다며 딸을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 서너 차례 집어넣었더니 의식을 잃었다는 말을 했다”는 진술을 20일 확보했다. 9살이 된 딸이 학교에 입학하지 않자 경찰의 수사를 받다 지난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씨는 유서에 “죽일 의도는 없었는데 미안하다”고 남겼다.

경찰에 따르면 안 씨는 또 “숨진 딸의 시신을 청주 청원구의 자택 베란다에 사흘간 방치했다가 충북 진천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력한 용의자인 한 씨가 사망했지만 진실 규명 차원에서 전방위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라며 “자살한 한 씨를 부검하고 암매장된 딸이 숨졌을 당시 상황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만으로는 안 씨에게 아동 학대와 관련해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모두 피하고 책임을 전적으로 부인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 씨는 사건이 발생한 2011년 12월 중순 오전 8시 출근했다가 오후 9시 퇴근했다며 자신은 딸 사망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박희윤기자 hy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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