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조선업, 불황파고에 침몰되지 않으려면

서영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부회장
친환경 선박 수요 증대 예상
기술 앞서는 한국업체 '기회'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율↑
고부가船 집중해 위기 극복을

서영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부회장
한국 경제를 이끌어왔던 조선 해양 플랜트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조선업에서 한국을 앞섰다’ ‘일본까지 맹추격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한국 조선 해양 산업은 여전히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발주량은 지난 2014년 대비 약 23% 감소한 3,460만CGT(이하 톤)에 불과했다. 그중 한국·중국 그리고 일본은 각각 1,050만톤, 1,050만톤, 940만톤을 수주했다. 2014년 대비 감소 폭은 중국이 37%로 가장 컸으며 우리는 약 17% 감소에 그쳤다. 이는 세계 전체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그나마 선방한 것이다.

수주잔량 면에서도 아직 격차가 크다. 올해 2월 말 기준 고부가가치·대형선(대형 유조선, LNG선, 대형 컨테이너선, 해양 플랜트 등) 수주잔량은 한국이 689억달러, 중국이 361억달러다.

선종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중국은 전체 수주잔량의 75%를 벌크선으로, 일본 역시 전체의 46% 이상을 벌크선으로 채우고 있다. 벌크선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지 않는 저부가가치 선종이다. 중국과 일본은 전체 물량 중 내수 물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기술력 측면에서 한국 조선업은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은 2만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범용 액화천연가스(LNG)선, LNG FSRU, FLNG, 쇄빙 LNG선 등 첨단 시장도 석권하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135척의 LNG선 중 한국은 91척을 수주해 67.4%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해상에 떠 있으면서 LNG선이 운반해온 가스를 액체로 저장했다가 필요 시 재기화해 해저 파이프라인으로 육상 수요처에 공급하는 설비인 LNG-FSRU는 2011년 최초로 수주한 후 전 세계에 발주된 15척 중 7척을 수주하는 등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척당 가격이 20억∼30억달러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LNG-FPSO)도 그동안 발주된 총 100억달러 규모의 설비를 모두 수주하며 독점적인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양환경 규제로 친환경 기술이 요구되는 선박의 수요가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LNG 연료 추진선 개발은 친환경 선박 시대를 맞는 최적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갈수록 강화되는 환경 규제는 기술력에서 앞서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다.

다만 해양 플랜트 기자재의 국산화율이 20∼30%에 불과한 점은 우리가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5월 국내 조선 3사,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노르웨이 및 독일 선급협회 등은 ‘해양 표준화 공동추진 협약’을 체결하고 기자재의 사양과 디자인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기로 해 올해 2월 최종 표준화안이 도출됐다. 이어 미국선급협회(ABS)와도 공동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6월 표준화안이 나올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중국 제조 2025’에서 제조업 구조 고도화와 기술 발전 촉진을 통해 세계적인 공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해양 장비 및 첨단 기술 선박 분야를 10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도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사업 재편을 촉진하고 산업을 고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산학연관 간의 유기적 협조 체제가 원활히 유지돼야 한다.

올해도 글로벌 경기 불황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조선업황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에 조선사들은 방만한 조직을 통폐합하고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는 등 군살 빼기 작업을 가속화해야 할 것이다.

또 단순히 수주량 확대에 매진하기보다 고부가가치 프로젝트의 수주에 집중해야 한다. ‘에코십(친환경선박)’과 ‘스마트십(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선박)’에 중점을 두고 경쟁국과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 확보 전략을 펼쳐 불황을 타개해 가야 한다. 선박의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고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친환경 기술과 접목한 미래형 선박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조선사들의 기술 경쟁력 강화는 향후 시장 주도권을 되찾을 키워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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