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인수 잔금을 치르기도 전에 업무보고를 통해 피인수 법인의 대표에게 배지를 달아주는 상황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직원들의 정서를 무시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독단적 행보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난 4일 대우증권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홍성국 사장에게 미래에셋 배지를 달아줬다. 이후 전 직원이 기존 ‘KDB대우증권’ 배지를 떼고 미래에셋 배지를 달도록 했다. 배지는 순차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현재 임원 등 일부 관리자급 직원들은 배지를 달고 있지만 일반 직원들은 대부분 달지 않고 있다.
이자용 대우증권 노조위원장은 “인수합병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배지를 달라는 지침이 내려와 직원들이 심한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며 “노조와의 대화 채널 개설을 요구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대답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에 조합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 공식 협상 채널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배지 안 달기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우증권 노조는 새로운 집행부 선출 작업에 돌입했다. 현재 집행부 임기가 오는 10월까지로 아직 남아 있지만 그동안 진행해왔던 인수합병 반대 투쟁에 대한 중간평가를 받고 합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미래에셋증권에는 노조가 없다. 직원 대표와 사용자 대표 등으로 구성된 노사협의회가 임금 등을 결정한다.
이 위원장은 “대우증권의 급여나 근무환경이 미래에셋증권에 비해 좋은 것은 노조가 있고 없고의 차이 때문”이라며 “두 회사가 합병하면 미래에셋증권 직원들도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