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는 정부가 구조조정 1순위 타깃으로 꼽을 만큼 장기불황에 시달려왔다. 최근 철강제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다소 숨통은 트였지만 장기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철강업종에 대한 구조개편은 불가피하다.
대형 철강사들은 비용 절감, 자산매각 등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한계에 다다른 중견 철강사들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까지 내몰렸다.
20일 철강협회에 따르면 아주베스틸·파이프라인·한국특수형강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다. 앞서 동부제철·동부메탈·대양금속은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아주베스틸과 파이프라인은 강관 전문회사로 미국의 셰일가스 붐이 꺼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특수형강은 조선용 철강제품을 만드는 곳으로 조선업이 침체에 빠지자 버티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나마 대형 철강사들은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지난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낸 포스코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총 34개사의 부실 계열사를 정리했으며 포스코건설 지분매각 등 11건의 자산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성 자산을 8조7,000억원으로 늘렸다. 올해는 35개사를 추가로 정리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 맺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동국제강은 포항 후판 공장을 폐쇄하고 본사 사옥을 매각하는 등 적자사업을 도려냈다. 포스코 주식, 유휴 부동산, 알짜 계열사(국제종합기계) 매각 등 팔 수 있는 자산을 내다 팔아 유동성을 확보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말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포스코도 올해 1·4분기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현대제철 역시 하이스코를 합병하고 비수익성 설비를 매각하는 등 물밑에서 사업재편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철강 공급과잉 해소 시기가 요원한데다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구조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량이 연간 5억~7억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계획대로 연간 1억~1억5,000만톤을 감축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공급량이 넘친다.
특히 제품별로 온도 차가 큰 상태다. 정부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한 합금철제품의 경우 지난 2007년 38만톤에서 2015년 89만톤으로 공급량이 크게 늘었지만 판매가격은 20~40% 하락해 관련 업체들은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50만톤 규모로 생산량을 줄이도록 정부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철강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생산능력을 줄이는 데는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재빈 철강협회 상근부회장은 “철강업 재편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구조조정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섣불리 생산능력을 줄였다가 업황이 반등할 경우 한국 산업의 경쟁력만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