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기업을 위한 변명



생활산업부 김희원 차장

정부가 곧 서울 시내 면세점을 3개 이상 추가로 허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시비로 시작된 ‘거꾸로 간 면세점 규제’ 논란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면세점 사업에 의지를 밝힌 유통업체들은 모두 운영권을 확보하면서 면세업계도 사실상 자율경쟁시대를 맞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면세업은 자본력과 운영 노하우를 지닌 대형 유통업체만 운영할 수 있는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백화점과 달리 막대한 비용을 들여 비싼 명품 등을 모두 직접 매입해 재고를 부담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다 명품 브랜드와의 협상력과 바잉파워 제고 등 이익을 내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도의 기획력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곱지 않은 시선 탓에 대기업의 면세점 참여가 문제가 됐다. 다른 나라와 달리 독과점 시비도 컸다. 그 결과 중소기업에도 문호가 열렸지만 경영 위기로 사업권을 스스로 반납하는 업체들이 속출했고 지난해에는 대기업 2곳이 멀쩡하게 장사를 잘했는데도 특허권을 빼앗겼다.

지난 2년여간 숱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야 겨우 원상복귀하려는 시장을 보며 소통하지 않는 정부와 정치권의 동맥경화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번 갈지자 면세 정책에서도 드러나듯이 유독 유통업계에서는 기업들의 손발을 묶는 과도한 규제가 일반화돼 있다. 유통 대기업을 억눌러 중소기업이나 골목상권을 지키겠다는 구체적 실체를 찾기 힘든 ‘선심용 규제’가 대표적 기업과 개인간 거래(B2C) 업종인 유통업계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 규제가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를 더욱 옥죄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공무원이나 정치인 모두 ‘소비 침체는 소비 침체고 규제는 규제’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형 유통업체일수록 많은 중소기업·농어민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데도 대상도 명확하지 않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 아래 엄청난 부작용을 양산하는 대형 마트 영업규제가 수년째 버젓이 시행되고 있다.

상당수의 유통업체는 ‘총선 이후’에 희망을 걸고 있다. 표심을 겨냥한 얄팍한 선거용 정책이 수명을 다하고 기업의 책무를 인정하는 진정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새롭게 다짐하는 20대 국회는 편 가르기에 치우친 선심성 정책보다 시장의 역할을 이해하는 모습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봄바람과 더불어 2·4분기 소비 시장의 양상도 한결 달라지고 있다. 기업을 적이 아니라 파트너로 인식하는 정책 전환을 기대해본다.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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