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청와대까지 나선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방안에 선을 그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출자가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인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국회 동의나 법 개정 등의 국민적 합의가 있을 경우 출자에 나설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은 재확인했다.
29일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4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발표와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면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발권력을 활용해 재정 역할을 대신하려면 국민적 합의나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이 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은이 국책은행의 자본확충과 관련해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윤 부총재보는 “기업 구조조정을 포함한 구조개혁이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제라는 데는 공감하지만, (자본확충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아무리 시급하더라도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게 중앙은행의 기본 원칙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상황에 따라 한은이 할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윤 부총재보는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는 하고 있는데 앞으로 상황 전개가 어떻게 될지, 또 한은에 어떤 정책대응을 요구하는 지는 미리 결정할 수없다”며 “상황 전개에 따라 정상적인 중소기업까지 신용경색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확대할 수 있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공개시장운영 형태의 대응방안은 강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요할 경우엔 기준금리 조정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윤 부총재보는 금리와 금융중개 지원대출 등 신용정책을 병행할 수 있냐는 질문에 “보완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구조개혁은 거시경제 여건이 안정적이어야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데, 그 안에서 구조개혁을 뒷받침하겠다는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